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프랑스에서 직접 튀긴 치느님

by 낭시댁 2020. 8. 24.

프랑스에 처음 와서 그리운 한국 음식중 하나는 단연 후라이드 치킨이었다. 

왜... 왜때문에 프랑스에는 후라이드 치킨이 눈에 안띄는것인지... 물론 맥도날드에 가면 있긴하겠지만 (사실 모름) 코로나때문에 맥도날드에 가고 싶은마음도 별로 없었다. 

그런 나를 위해 자서방은 몇주째 튀김기를 알아보았다. 

자서방이 고른 기준은, 모든 부품들이 분리 및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지였다. 그리고 필터(거름망)이 있는지- 

딱 맞는 모델을 찾았지만 퇴근길에 들러본 전자매장에서 재고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드디어 우리는 원하던 튀김기를 구입할 수가 있었다. 

자서방은 튀김기를 사기도 전인 지난주에 이미 고체기름과 닭고기를 먼저 사 두었고 나는 아시아마트에 가서 태국산 튀김가루도 미리 사둔 상태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모든 준비를 끝났고, 우리는 모두 일주일동안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후라이드 치킨 얘기를 몇번 하지도 않았는데 자서방이 몇주동안 튀김기를 알아보면서 나보다 더 호들갑이었다. 한국 치맥이 그리운 와이프를 위해 그런다고는 하지만, 은근히 큰 사이즈 튀김기를 선호하는걸로 봐서는 친구들을 잔뜩 초대해서 한국의 치맥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큰것 같다. 

 

광고아님- 남편돈 남편산...

 

 

 

바로 이 고체기름은 가정내 튀김을 간편하게 해 준다. 코코넛오일인 듯. 한번 튀기는데 저거 세개가 다 들어갔다; 처음에는 팬에다 녹여서 넣어줬고 사용후에는 필터로 불순물들을 걸러준 후 기계안에서 그대로 굳혀 두면 된다. 다음에 튀길때는 기름 추가 없이 그대로 기계속에 굳어있는 오일을 녹여서 사용하면 됨-   

 

 

시어머니와 아시아마트에 가서 사온 태국산 튀김 가루다. 한국산 튀김가루도 있었지만 치킨용은 아니었고, 요 제품에는 치킨 사진이 있어서 이걸로 두개 사온건데 자서방은 마늘 후추등의 향신료가 너무 강해서 태국음식이 돼 버렸다며 투덜거렸다. 다음에는 꼭 한국 튀김가루를 사용하자고- (내입에는 맛만 좋음)

나는 튀김기가 오기도 전인 전날 이미 닭고기들을 염지해 둔 상태였다. (우유, 카레가루, 다진마늘, 후추, 소금) 넓적다리 부위인데 너무 커서 내가 순살과 뼈가 있는 부분을 분리했다. 

토요일 저녁, 우리는 설레임을 가득 안고 드디어 튀김기를 개시했다. 

그런데 튀김가루를 묻히는데 의견이 엇갈렸다. 물반죽가루 반죽 둘중에 뭔 먼저 하느냐의 문제- 

결국 자서방은 각자 만들어서 비교를 해 보자고 했다. 

 

 

사진 오른쪽은 내가 한거 : 물반죽 후 가루반죽

왼쪽은 자서방: 가루반죽 후 물반죽

같은 부위를 똑같이 5분 튀겼다. 별 차이가 없을줄 알았는데 왜이리 다르지? 이걸 보고 자서방은 슬쩍 꼬리를 내리는가 싶더니 둘의 방식을 중간으로 합의보자고 했다. 그러니까 아주 되직하게 반죽을 만들어서 두껍게 입힌것이다. 

 

 

튀겨지는 소리 행복한 소리- 내집에서 이런 소리가 날 줄이야... 뿌듯뿌듯...

순살 부분은 5분, 뼈 있는 부분은 8분씩 튀겼다.

 

 

이건 맨 마지막에 뼈 있는 부분. 이게 제일 맛있었다. 염지를 미리 하고 먹으니 확실히 속살이 더 연하고 짭쪼롬하고... 한국에서 시켜먹는 치킨같았다. 

 

 

쨔잔~!!!

맛이야 두번말하면 입아픈 맛!!

 

 

우리는 티비앞 테이블에 차려놓고 영화를 보면서 먹었다. 치킨이 튀겨지는동안 웨지감자도 구웠고 자서방이 좋아하는 마쉬샐러드도 잔뜩 곁들였다. 그런데 맥주는 이미 낮에 둘이서 마셨기 때문에 ㅎㅎㅎ 치맥대신 코멕과 와맥 ㅋㅋ 나는 콜라, 자서방은 와인을 마셨다.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는 우리 친정 아빠가 많이 생각났다. 두마리를 시키면 세식구에 왜 이리 많이 시켰냐고 하면서 혼자 그 자리에서 한마리 이상을 다 드신다. 남으면 버릴까봐 다 먹는거라고 하시면서 본인때문에 두마리 시키는줄은 진심 모르심 ㅡㅡ;; 내가 튀긴 이 치킨도 무지하게 잘 드셨을텐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