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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낯가리는 고양이 길들이기

by 요용 🌈 2020. 9. 17.

매일밤 우리 침실에서 함께 자더니 며칠전 발톱을 깍아서 그런지 그날 밤에 침실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발톱깎을때 살짝 저항이 있긴했지만 무난하게 마쳤고 그 직후에 시어머니께서 주신 간식도 줘서 신나게 잘 먹길래 별일 없을줄 알았다. 

아침에는 졸졸 따라다니고 잘 노는데 오후에는 다시 손길을 피하곤했다. 

우리 부부는 살짝 조급해졌다.

아침마다 안부를 물으시는 시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해 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발톱을 깍아서 그런것 같지는 않고 혹시 침실에 다른 변화가 있지는 않았니?"

"사실 낮에는 못들어가게 했어요. 낮에 들어가면 온종일 가구안에 돌아다녀서요." 

"음 그렇지... 혹시 사료를 말이다, 자동배식이잖니. 한번에 다 채워주지 말고 아주 조금만 남겨 놓는게 어떨까? 달라고 하면 그때마다 조금씩 주는걸로." 

음... 일리가 있었다. 얘는 항상 먹이가 충분히 있으니 누가 먹을걸 제공해 주는지 의식이 없을수도... 

바로 치웠다. ㅎㅎ

 

 

물과 생쥐군은 그대로 뒀다. 안타깝게도 무스카델은 그리 총명하지 못해서 생쥐군 안의 사료를 꺼내먹을줄을 모른다.ㅋㅋㅋ 혹시라도 먹을게 없으면 생쥐군 사용법도 터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도 우리도 무스카델을 무시하로했... 는데 자꾸 자서방이 자꾸 어기고 먼저 다가감;; 

이미 무스카델이 냐옹했다며 사료도 자꾸 덜어주고... 

그러다가 한번씩 무스카델이 자서방의 손길을 별로 안반기는 듯 고개를 돌리거나 피하면 자서방은 이렇게 말했다. 

"너 할머니네로 보낸다? 딱 일주일 기간을 줄거야. 그동안 변화가 없으면 너는 모웬이랑 살게되는거야. 거기에는 틱스라는 무서운 고양이도 있어..." 

또 어떨때 무스카델이 먼저 다가와서 만져달라고 하면 자서방은 이렇게 말했다. "오~ 할머니네 가서 사는건 싫었구나! 좋아 넌 이집에 일주일 더 있어도 돼." 

낮에도 침실문을 개방(?)해 줬더니 구석구석 잘도 숨어있는다. 

 

 

 

 

간식을 주면 얼른 입에 물어가서는 자서방 바지위에서 침을 흘리면서 깨물어먹었다. 자서방 바지 지못미... 

 

 


그러다가 우리 부부가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외출했다가 자정이 넘어서 돌아온 그날이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무스카델이 현관문으로 달려와서 우리를 반기는 것이었다. 

"오~ 우리 아기. 우리랑 계속 살고싶은거지? 모웬집에 가라는건 농담이었어. 넌 아무데도 안가. 우리 아긴데~~"

자서방은 자기 협박때문에 무스카델이 마음을 고쳐먹었단다 ㅋㅋ

"우리엄마 엄청 실망하시겠네. 내심 기대하셨을텐데 ㅎㅎ"  

아니 애초에 안믿으셨거든...

정말 단한번 우리 둘다 오래 집을 비워서 그런지 그때부터는 태도가 완전히 바꼈다. 사료를 달라고 우리에게 부탁(?) 하게 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잘때 다시 침실로 돌아왔고 우리가 가까이 있으면 다가와서 팔이며 몸에 얼굴을 비벼댄다. 만져달라고 적극적 표현하기도 하고 말이다. 

 

브리더댁에서 수많은 고양이들이랑 같이 살때는 이런 관심을 혼자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색했던게 아닐까도 싶다. 그러다 이제 서서히 이곳에서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는것도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