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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고양이가 이불에 볼일을 볼때는 이유가 있다.

by 낭시댁 2021. 5. 30.

무식이 무스카델이 사고를 쳤다. 대형사고를...
글쎄 이불에다 오줌을... ㅠ.ㅠ 싼것이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저녁에 내가 자러 침실로 들어가면 무식이는 신이나서 앞장서서 침대로 달려가곤 한다. 이날도 그랬다.

욕실에서 내가 양치하는 것도 다 지켜보고는 침대로 먼저 달려가는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나도 옆에 누워서 무식이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때까지는 모든것이 완벽했는데...

그런데 이날 다른점은 무식이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고 내가 엉덩이를 쓰다듬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 엉덩이를 만지면 무식이는 민감해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엉덩이를 반사적으로 치켜올리는데 말이다.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이 녀석이 글쎄 이불위에 소변을 보고는 달아나는것이었다. 아주 많이도 봤다. 두꺼운 이불위에 웅덩이가 생겼으니 말이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비명처럼 자서방을 불렀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말고 내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자서방은 별말없이 이불 커버를 벗겨서 세탁기에 돌리기 시작했고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오리털 이불솜은 어떻게 세탁하면 좋을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가 있었음 ㅡㅡ;

고양이가 볼일을 못가린다는게 말이 되나....? 나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침실에는 들이면 안되겠다고...

통화를 끝낸 자서방이 나에게 말했다.

"이건 평범한 경우가 아니야. 분명 이유가 있어. 그건 그렇고, 세탁은 내일 엄마가 코인세탁소에 같이 가서 세탁 도와주신대."

하아... 잘 밤에 이게 왠 날벼락이니... 무식아...

나는 일단 여름 이불솜을 꺼내서 커버를 씌웠다. 그랬더니 우리 무식한 무스카델 염치도 없이 또 맨먼저 이불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자서방과 함께 무스카델의 화장실을 확인하다가 우리는 이유를 알아냈다. 매일매일 맛동산들(모래 묻은 응가와 쉬야 덩어리)을 치워주긴 하지만 화장실에 남은 모래가 너무 적어서 시위를 했던 것이다. 새 모래로 교체해 주려고 일부러 모래를 추가하지 않고 있었는데 딱 이날 신문지가 없어서 딱 하루 미뤘는데... 그 하루를 못참고.. ㅠ.ㅠ (모래밑에 봉지를 두개를 까는데 두 봉지 사이에 신문지를 깔아준다. 혹시라도 발로 긁다가 봉지에 구멍날까봐...)

내가 무스카델을 구박했더니 자서방은 자꾸만 무스카델 잘못이 아니라며 나더러 구박하지 말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귀 못알아듣는 무식이는 헤맑기만 한데 뭐...

다음날 자서방은 출근하고 시어머니께서 나를 데리러 집으로 찾아오셨다. 비를 뚫고 우리는 무식이 오줌싼 이불을 가지고 코인세탁소로 향했다.

시엄니께서도 나더러 무스카델의 잘못이 아니라며 거듭 말씀하셨다.

"고양이들은 청결에 민감하단다. 화장실이 아닌 이불같은곳에 볼일을 볼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 무스카델의 잘못이 아니니 절대로 탓하거나 나무라지 말거라. 사실 며칠전 모웬도 이불에다 볼일을 봤지뭐니. 소변에 피가 섞여있더구나. 안그랬다면 나는 아픈줄도 몰랐을거야... 병원다니면서 며칠동안 침실에 못들어오게 문을 닫고 잤단다."

그래도 야속한걸요... 화장실에 모래가 적다고 시위를 하다니요... 하루만 기다려주징...

나는 코인 세탁소에 난생 처음 들어가 보았다. 이렇게 생겼구나...

세탁하는데 8유로였던가...? 세제는 0.50유로를 내고 뽑았다.

총 45분이 걸렸는데 시어머니께서 그 사이에 그헝프레에 다녀오자고 하셨다. 

그헝프레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사러 시어머니께서 자주 오시는 마트이다.

이날 파인애플 하나에 0.99유로 행사중이어서 하나 사려고 했는데 계산대에서 시어머니께서 나 대신 계산해버리셨다.

세탁소로 다시 돌아와서 이번에는 건조기로 옮겨서 건조를 시작했다. 한번에 1유로를 넣으니 10분씩 돌아갔다. 총 6번... 그러니까 1시간을 건조했다. 한 시간동안 시어머니와 앉아서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다. 사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께 혼자 식사를 하시라고 전화까지 하셨다 ㅠ.ㅠ
우리 무식한 무스카델 때문에 이게 뭔일인지...

"니 남편한테 문자보내서 여기로 피자좀 배달시키라고 하지 그러니."

농담으로 말씀하셨지만 나는 진짜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말리셨다.

"그러지마시고 저희집에 같이 가셔서 저랑 같이 점심 드세요. 어제 저희 또 돌솥비빔밥 해 먹었는데 재료가 남았거든요. 돌솥 데워서 맛있게 해 드릴게요."

하지만 시어머니께서는 배가 고프지 않으시다며 한사코 거절하셨다. 그리고는 무스카델의 잘못이 아니니 절대로 미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시어머니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무식이가 더 원망스러웠다.

모래는 항상 충분히... ㅡㅡ; 참 귀하신 몸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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