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가다가 우편함을 열어보니 낯익은 전단지 한장이 덩그러니 있었다. 다름아닌 모웬 실종 전단지.
아버님께서 우리 아파트까지 다녀가셨나보다...
우리집앞 골목 여기저기에도 모웬을 찾는 전단지가 붙어져있었다.
시댁과 우리집은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정원으로 다니는 모웬이 찻길을 건너서 왔을 확률은 희박하다. 그래서 이쪽으로는 전단지를 따로 붙이지 않았던 것인데... 실종된지 두달이 지난 지금에도 그저 답답하신 마음에 시부모님은 여전히 이곳 저곳으로 전단지를 베포하고 계신 것이다.
그래도 우리 아파트까지 오셔서 우편함마다 전단지를 넣고 쓸쓸하게 돌아가셨을 아버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저희 아파트에는 제가 전단지를 돌렸어도 됐는데요..."
시댁에 갔을때 시부모님께 말씀드렸다.
"그냥 운동삼아 다니는것 뿐이야..."
답답하신 그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이제는 혼자서 소심하게 반겨주는 이스탄불도 속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테지...
니 마음 나도 안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더러 모웬이 애용하던 스크레쳐를 가져가라고 하셨다.
"뒀다가 곧 들어올 막내고양이가 쓰게 하면 되잖아요."
"내가 싫어... 볼때마다 눈물나서..."
에구구... 제가 가져갈게요...
막내 고양이를 위해서는 어머님께서 새로 예쁜집을 사셨다. 고양이는 2주후 시부모님께서 직접 가서 데려오실 거라고 하신다. 막내고양이를 환영하는 마음보다 사라진 모웬을 그리시는 슬픔이 아직 몇배는 더 크신듯 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스크레쳐를 집으로 들고왔다. 우리집에 있는 스크레쳐랑 숨숨집 모두 모웬이 쓰던 것들이다.
사실 우리집에도 이젠 둘데가 없어서 그냥 한데 모아두었다.
뭔가 좀 관심을 보이나 싶더니 금새 흥미를 잃고 돌아서는 무스카델.
난 그냥 여기가 제일 좋다옹...
모웬아...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제 그만 돌아오지 않겠니......?
으아 모웬 사진을 보니 눈물이 나네. 나도 이런데 시부모님은 정말 얼마나 많이 우셨으려나..
그냥 어딘가 안전한곳에서 그저 무사하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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