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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의 민주주의에서 한국을 보았다.

by 낭시댁 2022. 10. 20.

학교에서 선택수업으로 일주일에 2시간을 듣는 [Actualité et Civilisation]이라는 수업이 있다. 프랑스내에서 요즘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인데 선생님께서 그 배경이 되는 역사이야기까지 함께 설명해 주셔서 너무나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이다.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에도 프랑스의 파업과 관련한 주제였다. 

 

2주전에 철도파업이 있었는데 바로 오늘, 또! 철도파업이 있어서 기차를 차고 등교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결석했다. 

 

그리고 요즘 프랑스에는 토탈에너지 파업 뿐 아니라 정년 연령 연장에 대항하는 파업 또한 한창 진행형이다. 

 

프랑스의 정년은 62세인데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을 65세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에 대해 많은 프랑스인들이 반발하고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분야에 따라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직업들에 대해서는 차등을 둘거라고 했고 또한 3년의 정년을 갑자기 늘리지 않고 10여년에 걸쳐서 매년 몇달씩 늘릴거라고 한다.

  

관련영상을 보는데 은퇴 후에는 새로운 분야에서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은 경력때문에 더 많은 급여를 줘야 하니까 연장자 고용을 기피한다는 불평이 있었다. 그 이유로 나라에서 기업들에게 은퇴자들을 고용하면 급여를 보조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반 학생들 모두 그 의견에 동의한다고 할 때 나는 혼자만 고개를 갸웃했다. 선생님께서 내 의견을 물으셨다. 

 

"음... 한국은 점점 더 평균 연령이 높아져요. 즉 연장자들에 비해 젊은 사람들의 숫자가 적다는 거지요. 젊은 사람들은 매달 연금을 의무적으로 납입하지만 그들이 은퇴했을때 현재 연금을 받는 사람들만큼 받을수 있게 될 거라는 보장도 없어요. 그런데 은퇴후 연금을 받으면서 취업할 때, 그것도 새로운 분야로 취업을 원하는거라면 이전 경력은 관련이 없을텐데... 차라리 월급을 미니멈(smic)으로 제공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연장자들의 취업을 장려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내 말에 인도네시아 소녀가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반발했다. 그건 아니라고. 음 최소급여 Smic이라는 단어가 좀 강렬했나...

 

연장자라면 건강 문제도 있고 생산성도 젊은이들에 비해 떨어지는데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더 근무할지도 불투명한데 젊은사람들과 동등하게 급여를 받기위해 나라의 귀한 세금을 쓰는건 좀 아닌것 같다. 물론 새로운 분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무료교육을 제공하고 일자리도 알선해 주는등의 도움은 당연한거지만. 

 

황당한 점은, 은퇴를 앞둔 프랑스인 2명중 1명이 실업급여를 받는 상태라고 한다. ㅡㅡ; 

 

가끔 내 짧은 식견으로 봤을때 프랑스인들은 일을 적게하고 월급을 더 받으려고 시위를 하지만 정작 세금이 줄줄 세는거는 생각을 안하는것 같다. 심지어 실업급여를 받기위해 잠깐 일하다가 다시 실업급여 기간이 끝나면 다시 또 잠깐 일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고 들었다. 

 

거기다 난민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결국 세금은 더 많이 필요하고... 안그래도 자서방급여에서 공제되는 세금은 어마어마한데... 

 

 

 

 

프랑스는 왜 이리 파업을 좋아할까? 

 

프랑스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으로 파업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노조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파업에 참여할 수가 있기때문에 의외로 노조에 실제 가입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프랑스 파업 문화의 근원은 대혁명 (1789년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고 루이 16세를 처형하면서 귀족과 왕정체제를 무너뜨리고 훗날 민주주의로까지 이어지게 한 바로 그 사건)에서 출발된 거라고 한다. 1968년에는 대학생들이 주체가 된 큰 무력시위가 있었는데 그때 베트남 전쟁을 반대, 남녀평등, 근무환경 개선등을 외치며 경찰과 정부에 대항했다고 한다. 

 

"이렇게보니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에 군부독재에 대항해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했거든요. 경찰들과 무력으로 충돌하고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어요. 결국 오늘날 한국은 앞선 민주주의를 가지게 되었어요. 대통령을 시민들 손으로 끌어내리기도 했고요. 그때 무력충돌없이 촛불을 들고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갔지요. 이제 한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무력이 개입된다면 절대 그 시위를 지지하지 않아요."

 

나는 내심 자랑스러웠다. 해외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의식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앞서있다는걸 종종 느낀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항상 자서방에게 강조한다.)

 

"오 정말 프랑스와 비슷하네요! 몰랐던 사실인데 알려주어서 고마워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한국은 일제강점기 35년간 독립을 위해 일본에 저항했어요. 우리는 약했고 도와주는 나라도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그렇게 치열하게 투쟁했던것 같아요. 한국인들은 한국의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 한국인들이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기전에요." 

  

목소리가 살짝 떨렸던것 같다. 저 깊은곳에서 애국심이 마구 솟아오르는 기분이랄까!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자국의 상황과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비교해 달라고 질문을 하셨다. 

 

내 앞에 앉아있던 홍콩학생은 홍콩시민들이 중국에 대항해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무력에 맞서서 시위했다고 말했다.

 

"노란우산! 한국에서 다들 지지했어!"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깝게도 잘 되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중국에 대해 분개했다 ㅡㅡ;  

 

아프리카 어느나라(들었는데 내가 잘 모르는 이름;;) 학생이 대답하길, 군부독제체제에 겁먹은 시민들이 싸울 의지도 잃어버렸다고 했다. 콜롬비아 학생 두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비슷한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시민들이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오늘도 기승절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프랑스의 민주주의 역사와 한국의 민주주의에는 닮은 점이 있는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좀더 권리를 앞세우는 느낌이라면 한국은 개인의 책임을 더 앞세우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거겠지.  

 

하지만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권리를 좀 더 지키면서 칼퇴근하고 눈치없이 연차와 병가를 쓸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인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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