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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에서 불금을 달렸다.

by 낭시댁 2022. 10. 30.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우리반에 평소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게 지내는 필리핀 친구가 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후 그녀가 나더러 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래 뭐 금요일인데 집에 바로 가는것 보다 한잔 마시면 좋지!

다른 친구들은 다들 싫다고 하더니 막상 우리가 시내로 나서자 두명이나 더 따라붙었다ㅎㅎ

비때문에 안타깝게 야외 테라스에서 마시지는 못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피자집 아늑한 실내에서 자리를 잡았다.

금요일 수업이 오후 3시에 끝나는 관계로 아직 대낮이었지만 그래도 빗소리와 함께 마시는 맥주는 너무 맛있었다. 직원들도 친절해서 올리브를 안주로 내 주더니 저걸 다 먹은 후에는 과자로 바꿔주었다.

우리는 넷이서 수다를 떨며 엄청 많이 웃었다. 특히 '콜롬비아에서 온 이 잘생긴 19세 소년은 왜 아직 여친이 없나' 라는 화두가 던져졌었는데결국에는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것 같다는 우리들만의 진단이 내려졌다ㅎㅎ

맥주 두잔씩을 마시고 다들 집으로 헤어지려고 했을때 필리핀 친구는 나를 또 붙잡았다. 아는 바가 있으니 더 놀다 가자는 것이었다. 내가 평소 하도 먹고 마시는걸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녀서 그런것 같다ㅎㅎ

마침 라이브재즈 공연이 있는 바를 찾아갔는데... 실내가 미친듯이 북적여서 결국 오래 있지를 못하고 나왔다.

그녀는 근처 또다른 바로 나를 이끌었다.

자기가 초대한거니 술도 자기가 사겠다며 맥주값까지 쿨하게 계산해준 그녀.

대신에 나는 음식을 주문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음식없이 술만 마실 작정이었던 것 같지만...)

과일향이 나는 맥주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바로 이 크렌베리 향의 붉은 맥주를 추천해 주었다. 바로 직전에 피자집에서 마신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이건 쏘쏘...

야외에 앉아있다가 우리는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받으러 들어왔다가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각보다 푸짐하게 나온 접시-

내가 필리핀을 제2의 고국으로 여길 정도로 사랑했다고 말했던 걸 그녀가 기억하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좋았던 기억들을 그녀와 공유했고 그녀 역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재 서른살인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관광분야로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영어와 프랑스어뿐 아니라 스페인어와 이탈리어도 잘한다. 필리핀어까지 무려 5개국어!! 그녀의 가족들은 낭시에 살고 있는데 그녀는 계속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기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날 엄마가 친구의 아들인 현남친을 소개시켜 주는 바람에 그녀도 낭시로 왔다고 한다.ㅎ
마침 나도 낭시에서 무얼할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참이라 관광관련일도 참 재미있겠구나 싶어서 직업 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나중에 우리는 그녀의 남친까지 불러서 (다시 야외테이블로 옮김 ㅋ) 셋이서 자정까지 떠들며 술을 마셨다.

사실 나는 그만 마시고 싶었는데 그녀와 그녀의 남친은 본인들 맥주를 사러 들어갈때마다 내 잔을 같이 사다주었다. 진토닉도 똑같은 진토닉이 아니라며 진마레?를 마셔봐야 한다며 한사코 내 거절을 거절했다.ㅎㅎ 맛있긴 하더라... 결국 이날 나는 맥주 3잔에 진토닉을 2잔 마셨다.

그녀의 남친은 필리핀계 프랑스인인데 낭시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필리핀어나 영어는 서툴다.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친구가 내 얘기를 워낙 많이 했는지 이미 내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ㅎㅎㅎ 그래서 아주 쉽게 친구가 되었다.

우리 자서방도 나오라고 불렀더니, 자긴 피곤해서 못나가지만 [와이프 오늘은 아무생각말고 원없이 놀다 천천히 들어와.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어.]라고 답장을 주었다. (그래서 원없이 놀다가 자정을 넘겨서 집으로 돌아옴)

필리핀 친구는 12월에 있을 본인의 생일에 벌써부터 나를 초대해 주었다. 내 예전 필리핀 친구들이 떠오르는 기분좋은 저녁이었다. 내 필리핀 친구들도 이렇게 화끈하고 정이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셋다 필리핀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몇번이나 말했다.

야외에서 하도 큰소리로 수다를 떨었더니 다음날 목이 아팠다. 마치 노래방을 두시간쯤 달린 느낌... 아무튼 정말 즐거웠던 불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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