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수업중 선생님께서 전단지를 하나씩 나눠주시며 주말동안 열리는 Marché du Monde Solidaire (국제연대시장?)에 대해 설명해 주시며 토요일날 시간 되는 사람들은 함께 가보자고 하셨다.
어려움에 처한 나라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들 80개가 참여해서 다양한 물건들을 공정거래로 판매하는데 수익은 모두 좋은일에 쓰일것이고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젊은 사람이 좀더 세계 각국이 처한 상황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비영리단체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목적의 행사라고 하셨다.
시험일정이 다가오는데 공부할 시간은 없고... 문제집 사둔건 여전히 새거고 ㅡㅡ; 사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시험공부를 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주말에도 시간내서 나와주시는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결국 나갔다.
이 선생님은 젊으실때 노조의 도움을 크게 받으신 적이 있어서 그 후로 노조활동도 하시고, 환경에 대해서도 상당한 소신을 가지신 분이다. 로컬제품과 공정거래에 대해서도 항상 강조하신다.
다행히 필리핀친구랑 콜롬비아 소년도 함께 나와주었다.
입구에서 보이는 행사 현수막- 제대로 찾아온게 맞나보다.
친구들을 만나서 행사장 안으로 들어선 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나타나셨다.
"내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요."
선생님께서는 행사 관계자인듯한 분들을 소개해 주셨고, 그 분께서는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이런 작은 부스들이 80개 정도 2층까지 펼쳐져있는데 모두 수공예품이고 가격 거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나는 페루 아이들을 돕는 이 부스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용할 아동용 예쁜 털모자를 2개 샀다. 각 8유로였다.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저녁 6시반에 라틴콘서트까지 보고 갈거라고 했는데, 나는 저 아르마니안 어린이들의 (학예회스러운) 공연을 보고나서 공연은 이걸로 충분히 본것같다고 말했더니 다들 웃었다ㅎㅎㅎ (사실 라틴콘서트는 꽤 유명한 팀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티벳에 관한 얘기를 종종하시던 선생님께서는 티벳부스를 보자마자 반갑게 달려가셨다.
저 도구의 이름은 모르겠다. 철,금,은 등등 총 8가지?의 원료가 사용된다고 하는데, 소리의 울림이 엄청났다. (필리핀 친구가 저걸 절구로 사용하는 시늉을 보여서 선생님께서 뒤집어지셨지만ㅋ) 저 손잡이로 그릇바깥을 천천히 몇바퀴 돌렸더니 울림이 점점 커져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들 쳐다봤다.
필리핀 친구는 이 부스에서 남친을 위한 티벳차 세트를 구입했다.
그 다음 우리는 베트남 부스로 갔는데, 이 부스에서는 본인들의 자선사업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들려주셨다. 옆에 서 있던 베트남 청년은 유창한 프랑스어로 자신도 외국인 학생이었다며 지금은 건축학과 석사까지 마치고 베트남과 프랑스를 오가며 단체활동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부스에 들를때마다 이야기를 굉장히 오래 나누어서 1층 한바퀴는 도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필리핀친구가 목마르다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다가 선생님께 혼쭐이났다ㅋㅋㅋ
"지금 뭐하는거예요!! 이 기계에다 돈을 넣으면 이 돈은 어디로 가지요? 지역의 가게들을 도와야 한다구요! 자자, 저기 까페에 가서 프랑스어 연습도 할 겸 직접 주문해봐요. 그게 오늘의 목적이니까요."
선생님은 호통을 치시면서도 웃고 계셨고 우리도 웃는얼굴로 까페에 끌려(?)갔다ㅋㅋㅋㅋㅋㅋㅋ
까페에서 커피나 생수를 사서 다시 가게들을 도는데, 선생님께서 또 상냥하신 목소리로 잔소리(?)를 하셨다.
"판매하시는 분들께 질문은 나혼자 하고 있네요? 오늘의 목적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프랑스어를 연습하는건데 나는 프랑스어 연습이 필요없다구요."
그말에 우리는 까르르 웃었고 나 혼자 대답했다.
"저는 평소에 말이 많아서 듣기연습이 좀더 필요하거든요...😅"
선생님은 잔소리는 하셨지만 꽤 즐거워보이셨다. 우리도 즐거웠고 나오길 잘한것 같다.
또다른 아프리카 부스에서 시원한 생강레몬차를 팔길래 1유로를 내고 한잔을 마셨는데 너무 맛있었다. 점심때 먹은 라면이 체했는지 거북했는데 도움이 좀 된것 같다.
어묵튀김 비슷한것도 팔았는데, 필리핀 친구가 여러개 사서 나눠주었다.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는건데 다들 너무 맛있다고 엄지를 세웠다. 나는 속이 안좋아서 패스...
선생님께서는 현금 가져오는걸 깜빡하셨다는데 "내 돈이 지금 오고있어요." 하고 몇번 말씀하시다가 갑자기 "내 돈이 도착했대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시며 반갑게 달려나가셔서 우리를 웃게 하셨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는 이모님과 이모님의 친구분과 함께 돌아오셨다.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 이모님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드렸더니 다른 친구들에게도 모두 한국인이냐 물으셨다. 편견이 없는 분이셨다.
"프랑스어를 참 잘하네요!"
"감사합니다. 모두다 그녀 덕분이지요."
이모님의 칭찬에 내가 선생님을 가리키며 대답했더니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그건 아니라고 하셨다.
2층을 도는데 2시간정도 걸린것 같다. 다양한 부스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일 처럼 생각하고 돕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나는 털모자 두개랑 우크라이나 목각장난감(8유로)을 샀다. 우크라이나 부스에 계시던 분은 본인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셨다. 선생님 말씀처럼 프랑스어 연습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여러모로 의미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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