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라, 반친구들 몇명과 나는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점심을 먹으러 학생식당인 Crous로 몰려갔다. 느지막히 도착했던 터라 남은 메뉴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ㅋ
원래 메인 메뉴는 닭고기였는데, 그게 다 떨어져서 우리는 다진 소고기 스테이크로 받았다. 오히려 좋아!ㅋ
무엇보다 후식으로 커다란 에그타르트가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사랑하는 에그타르트...
태국살때 자서방도 저렇게 커다랗게 구워주곤 했는데 요즘은 안만들어줘서 잊고 살았네... 여보... 에그타르트 구워줘...
"우리 밥먹고 요 앞에 Foire 구경가자."
친구 한명이 제안했다.
La Foire Attractive de Nancy.
낭시에 매년 열리는 임시 놀이동산이 올해에도 찾아온 것이다. 작년에 친구들이랑 범퍼카 탔던게 어제같은데 벌써 한해가 지났나... ㅠ.ㅠ
Crous 학생식당이 바로 앞이라,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자연스럽게 유원지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3월 31일부터 5월 1일까지, 고작 한달가량 운영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놀이기구들 스케일은 엄청나다.
사람들을 공중에다 마구 휘둘러대는 키높은 이 기구는 우리 학교 강의실에서도 보인다. 볼때마다 아찔...
나도 예전엔 스릴을 즐겼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저런걸 왜 돈주고 타는지 의아할 뿐이다.
날씨도 좋으니 소화도 시킬겸 여기저기 유원지안을 둘러보다가 흐뭇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할아버지께서 회전목마 앞에 서 계셨는데, 거의 텅 빈 회전목마에는 백발의 할머니 한분이 타고 계셨다. 할머니가 모습을 나타내자 할아버지께서는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으셨다.
와... 정말 아름답다... 나도 나이들면 우리 자서방이 저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줄까...
그런데 백발의 할머니께서 지나가신 후, 흑발의 할머니 한분이 그 다음에 나타나셨는데 할아버지는 방금전과 똑같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으셨다. 그러니까 회전목마에는 할아버지의 여인이 두분이 타고 계셨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백발의 할머니와 흑발의 할머니께서 지나가실때마다 손을 흔들며 회전목마앞에 서 계셨다.
한분은 아마 여동생이거나 그랬겠지만 ㅎㅎㅎ 나 혼자 웃긴 상상을 하며 실없이 웃었다ㅋㅋ
너무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범퍼카는 그냥 다음에 타기로 했다. 우리끼리 타면 무슨 재미람... 모르는 사람들이랑 마구 섞여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야 재미있는게 범퍼카가 아닌가ㅋ
이 베트남 총각은 인형뽑기 기계에 꽂혀버렸다. 무료 60유로나 탕진했음에도 인형 3개를 뽑았다며 즐거워했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되었다... ㅡㅡ;
4월 26일날에는 놀이기구 가격이 할인되는 날이라고 해서, 우리는 그날 다함께 이곳을 다시 찾기로 했다. 나야 뭐 범퍼카밖에 못탈것 같지만 아이스크림 사먹으면서 젊은 친구들이 비명지르는 걸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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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시 유원지, La Foire Attractive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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