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도 워낙 다채로워서 쓸거리가 어찌나 많은지 나의 새로운 떵뎀 친구에 대한 포스팅을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다.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프랑스인 학생들은 많은데 한국인 학생은 세명 뿐이다보니 다른 국적의 친구들에 비해 언어교환 파트너를 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프랑스인 친구와 카자흐스탄친구는 떵뎀 신청서를 올렸지만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결국 같은반 세네갈 친구들중에 자체적으로 떵뎀 파트너를 구했다.)
아무튼, 나의 새로운 떵뎀 친구는 20살의 엄청 사랑스럽고 예쁜 소녀이다. 마케팅을 전공하는데 의무적으로 두가지 언어를 함께 공부해야 해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 와중에 중국어와 한국어까지 무려 네가지 언어를 한번에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와는 일주일에 한시간씩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데 하루는 교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한국어 교재가 새로 들어온게 많은데 한번 보여드려도 될까요?"
확실히 내가 처음 들어왔을때보다 한국어 교재가 다양해졌다. 한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겠지!
"감사합니다! 공부에 참고할게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내 떵뎀 친구는 얼마전에 중국어 시험도 쳤다고 한다.
"중국어 공부도 해야 하는데, 나는 한국어 공부하는게 더 재미있어. 잘하지는 못하지만 고등학교때 한국 드라마랑 K팝을 정말 좋아해서 친숙한 단어들도 많고..."
실제 그녀는 '오빠, 자기야, 사랑해' 등등 알고 있는 한국어가 꽤 많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크다. 한류의 힘!
나는 외국계 마케팅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중국마켓에 그렇게나 공을 들였음에도 워낙 닫힌 마켓이라 제재도 많고 성장속도는 오르지 않아 상심하던 중국담당자들의 이야기를 슬쩍 들려주었다. 결론은 중국어보다 한국어 공부에 좀더 전념하는게 어떻겠냐는 설득의 의미... 😆
그녀는 나와 함께 첫날 가나다라 한글 알파벳부터 공부했었는데, 배우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우리는 벌써부터 받아쓰기까지 하고 있다!
받침이 없는 비교적 쉬운 단어들로 선정하지만 그날그날 대화중 나오는 어려운 단어도 몇개씩 포함을 해서 내가 숙제를 내 준다. 그러면 그녀는 그 단어들을 일주일 동안 공부를 해 온다.
읽고 뜻풀이를 한번씩 한 다음에 받아쓰기를 하는데 정말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가르쳐주는 입장에서 성취감이 꽤 크다!)
조만간 문장을 들어가도 될 것 같다.
반면 나는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프랑스 정책, 정치, 교육등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곤 한다. 그녀는 (프랑스인 학생의 시각으로) 본인의 생각을 설명해 주는데, 자서방이나 시부모님 혹은 선생님들과는 또다른 관점에서 프랑스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꽤 흥미롭다.
한번은 그녀와 다음 대선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른데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한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가 있었다. 그날 나는 자서방과도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서방은 그녀와는 또다른 관점으로 그 후보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었고 그런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꽤 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만날때마다 기분좋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이 친구를 알게 돼서 참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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