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우리반과 다른반의 몇몇 친구들은 [각국의 예술]이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 학생들 앞에서 작은 발표회를 가졌다.
"오늘 사진은 제가 찍을게요. 특별히 무료로... "
내 말에 선생님께서 까르르 웃으셨다. 블로그때문에 사진찍는게 습관이 된 나는 어딜가나 이제 사진사로 통한다.
필리핀 친구는 필리핀 전통 타투를 새키는 103세 할머니 장인을 소개했고, 중국인 친구는 중국 서예를 소개했다.
한 우크라이나 친구는 부활절 계란페인팅 예술을 소개했다. 그녀의 공예가 지인이 원래 함께 오기로 했었는데 다른 스케줄이 생겨서 취소가 되었다고 한다. 대신에 그녀는 작품들만 빌려와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아, 나도 한지 예술을 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이럴때 자랑하는건데...
이 계란들은 공예가의 지도아래 낭시 어느 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라고 한다. 전문가가 만든것처럼 너무 멋졌다.
다른반에서 온 이란인 소녀는 이란의 대중 가요를 소개하며 짧은 영상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후렴부분에 "자유를 위해, 자유를 위해" 하고 반복되는 부분에서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이란인 학생들이 갑자기 떼창을 해서 좀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발표는 바로 아프가니스탄 친구였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를 들어보셨나요? 아마 들어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부정적이고 무서운 이미지가 느껴지실거예요."
화려한 초록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양한 장신구로 치장을 한 그녀의 발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러분!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아닙니다. 혼동하지 말아주세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묵직한 진심이 느껴졌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두운 이미지는 잠시 잊어주세요. 제가 오늘 컬러풀한 아프가니스탄을 보여드릴거예요."
그녀는 정치적 망명자라 사진은 절대 찍으면 안된다고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는데, 그녀는 본인의 얼굴만 안나오면 된다고 하면서 기꺼이 나에게 사진 찍는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녀는 본인의 의상들을 직접 소개해 주었는데, 특히 위 사진 의자에 놓인 드레스는 그녀가 여동생을 위해 7개월동안 손으로 직접 한땀한땀 만든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제가 만들어준 이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아...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그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전통 의상들을 소개한 후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펼쳐들고 말했다.
"바로 이게 우리 아프가니스탄의 국기랍니다. 탈레반이 멋대로 우리 국기를 바꾸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 국기뿐이예요."
아픔이 있는 나라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
한국에 태어난 나는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아픔이 많은 다양한 국적의 난민들을 안전하게 보듬어 주는 이 나라 프랑스의 따뜻함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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