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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요즘 낭시의 밤 풍경. 아름다운 밤이에요!

by 낭시댁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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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라이스 공연 관람을 끝낸 우리는 다시 스타니슬라스 광장으로 빠져나왔다. 

 

방금 우리가 공연을 보고 나온 건물이다. Hôtel de ville이라고 하는데 옛날 시청이라는 뜻이 아닌지? 

 

마이크의 친구와 회사 동료들까지 한데모이다 보니 인원이 꽤 많아졌다.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뱅쇼 딱 한잔만 더 하고 가자는 제안에 알겠다고 따라 나섰다. 벌써 낮에 두 잔 마셨는데 오늘은 뱅쇼의 날이구나. 

마침 광장 바로 뒷편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어서 거기로 갔다. 오늘의 두번째 크리스마스 마켓이네.  

영롱한 파란빛 크리스마스 트리의 빛이 바닥에 반사되어 광장 전체가 푸른빛을 은은하게 뿜고 있었다.

가로등 디자인도 자세히 보면 꽃잎 디자인이 다 다르다.  역시 아르누보의 도시다운 기가막힌 디자인이다.   

안이쁜 구석이 하나도 없음. 쉴세없이 사진을 찍다가 뒤늦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로 달려갔다. 쏴리...헤헷 누가 보면 스타니슬라스 광장에 처음 와 본 줄 알겠네. 

광장을 빠져나오자마자 펼쳐진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 

 

한국이었으면 놀이동산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아닌지! 낭시에서는 조금만 나가도 모든 곳이 다 아름답구나. 

관람차를 보자마자 우리는 저절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관람차 좌석이 뻥 뚫려있어서 겨울의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저건 벌칙이 아닌지...?ㅋ

 

구석구석 사람들이 모여앉아 뱅쇼나 맥주등을 마시고 있었다. 날이 추울수록 뱅쇼는 더 잘 팔리겠지. 다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김이 풀풀하는 냄비를 보니 안마실수가 없잖아. 결국 한 잔을 또 시켰다. 

 

낮에는 5유로였는데 여긴 4유로다. 천오백원이나 더 저렴함! 

여기저기 풍경을 둘러보아도 내 눈에는 비현실적이다. 여기가 롯데월드인가.. 싶은 느낌이랄까. 꿈과 환상의 세계. 

 

"우리 내년부터는 매년 연말에 다같이 모여서 파티하는거 어때? 필리핀에서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연말에 서로 제비뽑기로 비밀파트너를 뽑아서 선물을 주거든. 선물 가격은 부담되지 않는 선으로 한도를 정해놓고 말이야." 

 

에리카의 제안에 내가 말했다. 

 

"그거 마니또잖아! 한국에서도 나 친구들이랑 그런거 했었어." 

 

"맞아 마니또! 마니따?" 

 

에리카도 마니또라는 이름을 알고있네?? 좀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ㅎㅎ

 

알마도 신나는 표정으로 공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우리집에서 모이면 되겠네. 음식은 각자 한가지씩 준비해오고." 

 

"헤헷 나는 요리하는거 싫어하니까 프로세코를 가져갈게." 

 

아 신난다. 내년 연말이 벌써 기다려지네. 

 

시간이 늦어져서 다음날 일을 해야 하는 나와 집이 먼 알마는 일찍 빠져나왔다. 

 

알마의 차가 주차된 곳까지 함께 걸어가다가 알마가 길에서 갑자기 우뚝 멈추어서더니 지갑을 꺼내 동전을 찾고 있었다. 

 

"나한테 돈 주려고? 나 안줘도 되는데..." 

 

내 말에 알마가 빵 터졌다. 

 

"너 말고 ㅋㅋㅋ... 이런 날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니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겠네." 

 

엥? 어디? 누가 있나? 

 

그제서야 나는 근처에 구걸하고 있는 노숙인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나도 알마를 따라 지갑에서 동전들을 꺼내 바닥의 바구니에 넣다가 낮에 먹다 남아서 가방에 그대로 넣어둔 츄로스를 발견하고는 아저씨게 건넸다. 

 

"식은 츄로스라도 괜찮으시다면..." 

 

아저씨는 덥석 받아서 맛있게 드셨다. 자서방 주려고 챙겨놓은건데 아저씨 드리길 잘한 것 같다. 

 

"알마, 좋은 생각이었어! 나는 저 아저씨가 보이지도 않았는데." 

 

큰 돈을 건넨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은 온기가 전해졌기를 바라며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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