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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따뜻한 남프랑스로 출발합니다~

by 요용 🌈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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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전 버거씨는 본인의 생일날 여행을 가자고 말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 남부쪽처럼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가자. 너만 일정이 괜찮다면 지금부터 비행기표를 알아볼까 해." 
 
안그래도 집이 춥다고 매일 불평하던 나였기에 그 제안은 너무 달콤하게 들렸다. 내가 흔쾌히 좋다고 하자 버거씨는 그 다음날 바로 니스행 비행기를 예약했고 에어비앤비 숙소까지 일사천리로 예약을 마쳤다. 날씨가 추워질때마다 우리는 따뜻한 여행을 기대하며 설레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나는 이사 할 아파트가 확정되었고 휴가 4박 5일을 다녀온 직후 바로 이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이고 조급해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휴가를 잡는게 아니었는데... 이제와서 취소할 수도 없고... ㅠ.ㅠ 
 
그 와중에 버거씨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데도 나는 신중을 기했다. 
 
비록 버거씨는 생일 선물은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했지만 비행기랑 숙소까지 혼자 비용을 부담하는 고마운 버거씨에게 생일 선물이라도 챙겨줘야지. 지니랑 SK의 조언으로 나는 향수를 골랐다. SK랑 같이 가게 근처에 있는 매장에 가서 남자 향수를 여러개 직접 테스트를 해 보고 최종적으로 샤넬 블루 향수를 골랐다. 155유로였는데 SK덕분에 할인도 꽤 받았다. 
 
그래 기왕 휴가 가는거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버거씨 생일날 나는 자정에 잊지 않고 버거씨에게 음성 메세지를 보냈다. 버거씨가 내 생일날 했던 것 처럼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준 것이다.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 마음대로 뒤죽박죽 불렀다ㅋ 
여행때문에 설레인건지 노래를 불러주느라 늦게까지 깨어 있어서 그런건지 잠을 제대로 못 잔채로 티옹빌행 기차에 올랐다. 예쁘게 포장된 버거씨의 선물도 챙겨서-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티옹빌로 마중을 나온 버거씨는 전날 아들들과 일식집에서 생일 파티를 했던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었다. 룩셈부르크 공항에서 저녁 7시 50분에 이륙 예정이라 우리는 일단 버거씨네 집으로 향했다. 
 
"나 배고파." 
 
그렇다. 나는 항상 배가 고프다. 
 
"하하 그럴줄 알았어. 집에가서 내가 맛있는거 해줄게. 좀 쉬다가 공항으로 출발하면 시간이 얼추 맞겠네."
 
어느새 버거씨를 보면 이제 가족같은 기분이 든다. 안전하고 든든한 기분. 맛있는것도 많이 해주고! 
 
집에 도착한 후 버거씨는 서둘러 내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문어를 사다놓은게 있고... 파스타도 있어. 어떤게 좋아?" 
 
"두가지 다." 
 
버거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나 마나 아니니..... 

 
결국 야채 파스타에 문어를 듬뿍 섞은 맛있는 요리가 탄생했다. 버거씨는 생각이 없다고 해서 혼자 이 맛있는걸 다 먹었다. 
 
아, 버거씨가 요리를 하는 동안에 나는 슬쩍 선물 가방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오.... 선물 안해줘도 된다니까.... 와... 정말 고마워..."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 버거씨는 향수를 뿌려보며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 내가 다 기분이 좋다. 
 
"어제 새벽에 남겨준 진심어린 메세지랑 생일노래도 정말 고마워. 감동적이었어. 그것때문에 네가 잠을 설친게 아니었길 바래..." 
 
"아니야. 그냥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숨차게 이사를 해야 하니까 그게 걱정된것 같아." 
 
"그건 걱정하지마. 우린 오늘 저녁부터 니스에서 단둘이 행복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니까 그 생각만 해. 그곳에서 우리는 머리를 비울거야. 날 믿어. 너의 남자친구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마. 우리 둘이 함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쯤되면 우리 구호가 탄생한 것 같다. 우리 둘이 함께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ㅋㅋㅋ 
 
"생일 케이크가 없어서 미안해. 니스가서 우리 케이크 먹자." 
 
케이크는 없어도 나는 큰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여러번 반복해서 불러줬다. 잊을만 하면 또 부르고 또 부르고. 룩셈부르크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반복해서 불러줬다ㅋㅋㅋ 버거씨 웃겨 죽음
 
해피버쓰데이 투유 주와이자니 벡세흐 사랑하는 버거씨~ 생일 축하 합니다~ 꺄~~
 

 
바쁘고 추운 와중에 니스로 정신없이 떠난 생일 기념 휴가 이야기는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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