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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생폴드방스에서 만난 친절한 상인들

by 요용 🌈 2024. 11. 28.

입구에 알랭드롱의 사진이 보이는 인쇄점을 보자마자 버거씨는 가게로 곧장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한 할아버지께서 전화통화에 열중하고 계셨는데 그 사이 우리는 작은 가게안의 크고 작은 사진들을 감상했다. 비틀즈랑 마를린몬로 등등 유명인들의 사진 중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아 재미있었다. 할아버지께서 통화가 끝나자 버거씨는 사진 인쇄 가격을 문의하기 시작했다. 재질, 사이즈, 액자종류 등등... 너무 구체적으로 묻는걸 보니 당장이라도 뭔가를 주문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 인쇄할거야...?"
 
"응. 네 사진 크게 뽑아서 우리집 거실에 걸려고." 
 
허걱.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절초풍할 것 같은데 출력하고 싶다는 본인의 최애 내 독사진들이 하나같이 못난이로 나온 것들이다...  대체 나한테 왜 이래... 
 
일단 견적만 받고 가게를 나왔다. (가격 엄청 비쌈!!) 
 
그래 꼭 인화를 하고 싶다면 풍경화는 어떠니. 내가 찍은 멋진 사진들을 보여줄게. 
아니면 차라리 우리 둘이 찍은 사진도 괜찮지. 이렇게 배경위주로 찍은거 말이야. 이런건 어때? 
 
버거씨는 그래도 내 독사진이 더 좋단다. 
 
그래... 일단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알았지....?
 
 
잠시 후 좁은 골목을 걷다가 버거씨가 또 홀린듯이 안으로 들어간 가게가 있었다. 
바로 트러플!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린 젊은 여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했다! 마치 심심하던 차에 우리가 들어와서 반갑다는 듯, 끝도 없는 버거씨의 질문공세에 진지하고 유쾌하게 답변을 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시식용으로 사장님이 작은 식빵조각에 트러플 페이스트를 발라주는대로 열심히 집어먹고 있었다. 

버거씨가 트러플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트러플을 엄청 좋아한다네?


이 검은색 페이스트는 여름 트러플이 들어갔다는데 짭쪼롬하니 정말 맛있었다. 노엘 아뻬리티브 메뉴로 딱인듯 했다. 
그리고 하얀색 페이스트는 트러플을 섞은 치즈였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장님은 내 손에다가 트러플 소금도 톡톡 뿌려주며 맛을 보라고 했다. 오 감칠맛이 끝내준다. 그녀는 마법의 가루라고 소개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msg를 소개하듯이ㅋ

여름 트러플이 들어간 마법의 가루- 
한 병에 20유로. 
아마 예전이었다면 종류별로 하나씩 사다가 시부모님께 선물로 드렸겠지만 이제 혼자 살고 있는 마당에 딱히 선물 줄 사람이 떠오르질 않네. (버거씨가 함께 오지 않았다면 버거씨를 위해 구매했겠지만.)

사장님 설명에 의하면 여름 트러플은 향이 진하지 않아서 페이스트를 제조할 때 각종 향신료가 첨가된다고 한다. 
여름 트러플보다는 향이 진한 겨울 트러플이 훨씬 더 비싼거라고. 
검은 트러플보다는 흰색 트러플이 고급이라고 한다.

 

오늘 처음 듣는 신기한 설명에 매료되었다. 트러플을 매우 좋아한다는 버거씨는 모범생 답게 열심히 경청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며 부담갖지 말라는 그녀. 
버거씨는 검은 트러플 페이스트 한 병과 트러플 아몬드를 두 병 샀다.

그녀는 우리가 낭시에서 왔다고 했더니 매우 반가워하면서 곧 낭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트러플을 판매하기위해 한 달간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친절하고 편안하게 설명을 해 준 여사장님 덕분에 우리는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점심 식사 후 어느 작은 잡화점 앞을 지날 때였다. 

[에스프레소 1.5유로] 라는 푯말을 발견한 버거씨는 바로 그리로 들어갔다.  

 

인상좋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알고 지내는 이웃을 맞아주시는 듯 친근했다. 

 
처음에는 그냥 커피원두 이야기로 버거씨랑 가벼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떤 원두를 사용하냐는 질문에 할머니께서 자부심을 비치시며 원두를 자랑하셨고 서로의 취향이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 지루한 오후를 즐겁게 해 줄 상대를 만난 것 처럼 할머니께서 끝도 없이 대화를 이어가셨다. 물론 그것을 마다할 버거씨가 아니지. 급기야는 무슨 요리 레시피까지 상세히 설명을 해 주셨고 버거씨는 또 열심히 받아적기까지 했다. 둘이 참 잘만났군... 
 
나는 유심히 앞에 놓인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여기 어딘가에 와사비 소금이 있었는데..." 하시며 두리번거리셨다. 그러자 친절한 버거씨가 함께 와사비 소금을 찾기 시작했다ㅋㅋㅋ 대체 누구를 위해...;;??? 나 일본인 아니라고요ㅎㅎ
 
"어느 지역에서 오셨나요?" 
 
에스프레소를 다 마신 이후에도 한동안 서서 대화가 이어졌다. 
 
"로렌 북쪽에서 왔어요. 이 지역이 좀 더 따뜻하니까 추위를 피해서 왔지요." 
 
"여행이 마음에 드시나요?" 
 
이번에는 나를 향해 질문을 하셨는데 여전히 버거씨가 대답했다. 
 
"그럼요! 여긴 아주 로멘틱한 곳이에요."
 
"아하! 로멘틱한건 사실이지요. 좀 더 로멘스를 느끼고 싶으면 XX호텔에서 일박을 하셔야 해요! 거기는 정말 너무 낭만적인 곳이예요. 피카소의 작품들도 많고요. 000과 ###이 묵어간 곳으로도 유명하지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 하자 할머니께서 한번 더 설명해 주셨다. 
 
"아, 그들은 프랑스 톱스타 커플이예요. 나는 이곳에 살면서 그들을 포함해 많은 유명인들을 만났답니다." 
 
"와, 그녀는 어떻던가요? 실제로 만나셨다구요?" 
 
"완전 거만해요! 참내 지들은 우리랑 다른 사람들인줄 아나봐. 많은 유명인들이 실제로 만나면 거만하더라고요. 피유..." 
 
할머니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은 우리를 소리내 웃게 만들었다. (가게를 나온 후 버거씨는 할머니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내면서 나를 또 한차례 웃겨줬다ㅋ) 
 

생폴드방스 여행이 좋았던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이 친절한 상인들과의 짧은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버거씨처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고 대화를 좋아하는 친절한 사람들. 많은 관광객들을 매일 만나다보면 지칠법도 한데 이곳 상인들은 확실히 친절과 여유가 느껴졌다. 관광지에서는 아주 중요한 항목이 아닌지.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마을 입구로 나왔는데 또다시 기다렸다는 듯 우리가 타야하는 655번 버스가 눈앞에 도착했다. 이런 신기한 우연이 자꾸 이어지네~
 
버거씨와 요용의 여행기는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