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손님들은 정말로 너그럽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못 할(?) 만큼의 여유와 인내심 그리고 미소를 보여준다.
내가 돌아서서 혼자 야채를 썬다거나 뭔가에 몰입해 있을때 많은 경우 손님들은 나를 부르지 않고 조용히 서서 내가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린다. 내가 우연히 돌아봤다가 깜짝깜짝 놀란게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손님들은 봉쥬~ 하고 서로 인사를 건넨 후에도 "주문하시겠어요?" 라고 물어보기전까지 원하는것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물어볼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이 사람들의 성향이 파악이 돼서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때에 다가가서 "주문하시겠어요?" 라고 물어본다. 예전에 잘 모를때는 그냥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어색한 상황이 종종 있었단 소리다.
맞은편 정육점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사장님이 돌아서서 고기를 썰고 있을때 손님들은 하염없이 사장님이 돌아볼 때까지 가만히 서 있는다. 그걸 보면서 가끔은 사장님을 대신 불러주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올라온다. 어쩔수 없는 한국인의 DNAㅋ
SK말의 의하면 프랑스인들은 일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기위해 직원이 말을 걸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걸 예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요즘은 바뀌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일수록 그렇단다.
이쯤되니 프랑스 여행중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처럼 행동했다가는 무례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겠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 빈자리에 가서 앉았는데 웨이터가 짜증냄 :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는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해 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웨이터를 불렀는데 대답을 안함 : 여긴 눈을 마주치면 알아서 온다. 느리긴 함.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처럼 급하게 웨이터를 부르면 짜증낼 수도 있음...
- 말투가 퉁명스럽고 접시나 컵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음 : 여긴 프랑스인들한테도 퉁명스럽다.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이 없고 오히려 서비스를 주는 쪽이 더 갑이 아닌가 싶을때가 많다. 그냥 바빠서 말투나 행동이 투박한거지 대체로 나쁜뜻은 없더라
딱히 친절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한국인 특유의 친절함과 세심함을 겸비한 우리는 좋은 리뷰를 많이 받는다.
기본적으로 손님들이 본인들이 갑이라는 마인드 자체가 없으니 어찌나 일하기 편한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굉장히 살갑게 대해주고, 우리가 똑같이 농담도 하고 편하게 대해주면 더 좋아한다. 친절의 개념이 한국과 좀 다른 느낌이다.
갑작스럽게 손님이 몰려들어서 한참 줄서서 기다린 손님에게 밥을 새로 해야 하니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사과드리면 사람들은 그저 웃으며 알았다고 말한다. 정말 급한일이 있으면 어쩔수 없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계속 기다려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화내는 손님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지금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는중.... 진짜로 지금껏 화낸 손님이 없었나? 떠오르는 기억이 정말로 딱히 없네.)
웅이는 한국에서 요리일을 할 때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말도 못했고 말이다. 거기에 비해 지금은 너무 편하단다. 동료도 편하고 손님들도 너무 친절하고 말이다. 웅이도 나도 한국에서 취업은 다시는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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