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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에서 내가 밉상 손님 대하는 법

by 요용 🌈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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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은 대부분의 평범한 프랑스 손님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매너 넘치고 친절한 사람들.
하지만 이곳에도 예외는 있다. 
 
며칠 전 처음보는 아랍인 아저씨가 꽤 불쾌하고 보채는 언성으로 메뉴를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보통 이럴때는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않는 경우가 많아서 나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 사람이랑 비슷한 말투로 가볍게 응대했다.
 
웅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예의 없는 사람들한테는 비슷한 말투로 이렇게 대해주면 돼. 라고 막내에게 여유있게 코칭까지 해 줌 ㅋ
 
근데 이 아저씨는 트집을 계속 잡았다.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짜증도 내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게 분명했다. 아니 사람이 하는 말을 좀 들으라고요-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대답해주다가 급기야 나는 말했다. (SK한테 배운 말투로ㅋ)
 
"그래서 이거 주문하실거예요? 안하실거예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주문한단다. 안먹고 그냥 갈 줄 알았는데 의외네. 
 
그사람이 원하는대로 닭강정 한그릇 만들어서 음료수랑 내 줬다.  
 
잠시 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아저씨가 오더니 웅이를 자기 자리로 오라고 했다. 아니, 할 말이 있으면 온 김에 말하면 되지 왜 또 사람을 오라마라야ㅋㅋ 불려갔던 웅이는 잠시 후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누나, 저 아저씨가 막 밥을 뒤적거리면서 이게 완성된 요리가 맞냐면서 자꾸 화를 내요. 소스가 어쩌고 하면서요..." 
 
오냐. 나도 SK한테 배운 기술을 오늘 제대로 써먹어봐야겠다. 프랑스생활 20년차 SK는 이런 진상이 나타나면 오히려 반가워한다ㅋㅋㅋ
자칭 프랑스 진상 전문가. 나는 이번에 웅이한테 모범을 보이기 위해 SK표정을 빙의하며 당차게 진상 테이블로 걸어갔다.
첫 마디가 중요함.
스스로 생각해도 꽤 잘 한것 같다.  
 
"뭘 원해요?" 
 
강한 말투가 먹힌걸까. 좀 전에 웅이한테는 막 대해겠지만 내 앞에서는 조금 주춤하는게 느껴진다. 하긴 이러니까 카운터까지 와서 말도 못하고 착한 얼굴을 한 웅이만 불러갔겠지.  
 
"이게 소스가 부족하잖아요..." 
 
"그럼 소스를 더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아저씨가 또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더 들을것도 없길래 "소스 원해요? 안원해요?" 라고 강하게 물으며 말을 끊었다.
아저씨가 순순히 "원해요." 라고 대답했다. 
 
"포크도 갖다드려요?" 
 
내 질문에 아저씨가 젓가락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젓가락 쓸 줄아는거 확실해요? 지금 밥위에다 거꾸로 꽂아놨잖아요. 그리고 이건 한 손에 한 개씩 들고 쓰는게 아니라 한 손에 두개를 같이 들고 사용하는거라고요ㅋㅋ"
 
내가 좀 웃으면서도 말했더니 아저씨가 "오~ 몰랐어요." 하면서 따라웃더니 한개씩 밥위에 거꾸로 꽂혀있던 젓가락을 뽑아들었다.  
 
잠시 후 내가 소스를 좀 갖다줬을때 아저씨가 나한테 자기 휴대폰을 건네줬다. 
 
"나 먹는거 사진 찍어줘요. 뒤에 배경 나오게." 
 
부탁하는 문장에서 예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새침하게 한숨을 짧게 쉰 후 전화기를 건네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De rien" (상대가 고맙다고 할 때의 대답이다. 별말씀을요- 이런 의미.)  
 
그랬더니 아저씨가 뒤늦게 고맙다면서 또 따발총처럼 자기 할말만 쏟아낸다. 
 
"요기 가게 이름이 배경에 나오게 찍어줘요. 그리고 지금 밥 먹는것도 같이 보이게. 그리고 또 이쪽에서..." 
 
이 아저씨 뭐지ㅋㅋㅋ
나는 또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나둘셋..." 하면서 엄청 열심히 찍어줬다. 내가 또 사진은 좀 잘 찍음. 기왕 하는거 또 제대로 찍어줘야지. 이쪽 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찍어주었고 아저씨는 또 이리 저리 포즈를 바꾸면서 이렇게 저렇게 웃고 젓가락도 들고 팔도 높이 들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
 
저쪽에서 긴장하고 있던 웅이는 갑자기 내가 하나 둘 셋 하면서 사진을 찍는 소리를 듣고 혼자 웃었다고 한다. 응 나도 웃었어. 
 
"자, 사진 엄청 많이 찍었어요. 그 중에 마음에 드는걸로 고를 수 있게요." 
 
아저씨는 방금전까지 짜증냈던건 까맣게 잊고 환하게 웃으며 고맙단다. 
 
잠시 후 아저씨 테이블 앞으로 다시 지나갈 때 내가 "맛있어요?" 라고 물었더니 양쪽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진짜 맛있어요!!" 란다.
참내 밉상인데 안밉네ㅋㅋㅋ 
 
웃기다고 같이 웃던 웅이한테 한 번 더 오늘의 교훈을 강조했다. 
 
여긴 한국이 아니야. 상대가 예의를 차리지 않으면 굳이 나 혼자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어. 그냥 똑같이 대하면 돼. 그리고 저런 말투 대부분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오히려 친근하게(?) 대해주면 더 좋아함ㅋㅋㅋ 저 아저씨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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