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감사하게도 내 체험수업을 경험하고 나면 대부분은 정규수업을 구매해 주고 있다.
그런데 항상 운이 좋은 것 만은 아니다.
한 번은 스페인 10살 소녀와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수업을 예약한 어머니 얘기로는 딸이 한국 문화에 엄청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해 보니 딸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고 한국 뿐만 아니라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마 ADHD이거나 혹은 경계정지능장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뿐이다. 내 입장에서는 무료로 하는 체험 수업인데 50분 내내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무례해도 내가 화를 낼 수 없는 상대였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얘가 정상이 아니구나 깨닫고 화가 풀림...)
프레플리에서는 체험수업 후에 정규수업으로 이어지는 전환율을 꽤 중요하게 집계하고 있다. 아마도 튜터 프로필 순위에 영향이 있는 듯하다. 랭킹이 올라갈 수록 튜터 목록 앞쪽으로 배치를 해 준다.
그 일을 겪고나서부터는 내 전환율을 보호하기 위해 미성년자의 경우 아래와 같이 조건을 추가했다.
- 12살 이상
-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
- 부모님 도움없이 학생이 튜터와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자녀가 충분히 스스로 말 할 수 있음에도 엄마나 아빠가 수업 전 후로 옆에 와서 대신 말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는 관계로, 이런 문구를 걸면 자녀들을 더 믿고 튜터와 직접 소통하게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지난 주에 한 프랑스인 아버지가 아들의 한국어 수업을 위해 튜터를 찾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최근에 새로 정한 조건을 리마인드 해 주면서 학생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그냥 체험수업을 예약해버렸다. 며칠 후 체험 수업이 바로 다음날로 다가왔을때 나는 한 번 더 메시지를 보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부탁했다. 그제서야 답장이 왔는데 이러했다-
[제 아들은 10살이에요. ADHD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수업을 함께 하는데는 무리가 없을거예요.]
아...
또르르...
이래서 진작 답변을 안해줬구나.
전환율만 아니면 그냥 한 시간 무료로 수업해 주는거 뭐가 어려우랴...
하지만 더이상 전환율을 잃을수가 없다 ㅠ.ㅠ
나는 내 프로필에 명시된 미성년자 학생 조건을 상기해 드린 후 정중하게 (사과와 함께) 수업을 취소하도록 부탁드렸다.
에혀... 이 찝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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