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있었던 (미국인이지만) 런던에 살고 있는 소녀와의 수업.
소녀는 이 날 유난히 힘들어보이는 표정으로 나타났는데 몸살 때문에 숙제도 못했고 전날 결근까지 했다고 한다.
내가 볼 때 신체보다는 마음의 병이 더 심한듯... 그만큼 그녀는 직장생활을 버거워하고 있었다. 주말에도 출근을 했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단다.
지난번에 이미 한차례 오지랖을 부렸던터라 추가의 조언은 지양하려고 했건만 생기를 잃어가는 이 소녀가 나는 너무 안타깝다.
왜... 왜... 아직도 그 회사에 미련을 갖는걸까.
수업이 끝나갈 무렵 나는 소녀에게 부모님과 상의를 해봤냐고 물었는데 소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부모님이랑 통화할 때는 런던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씀드려요...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고... 엄마가 한국인이라더니 너도 천상 한국인이구나.
일이 바빠 런던에서 친구를 사귈 겨를도 없었고 그나마 아는 지인들도 주말에는 다들 연애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듯 했다.
"너처럼 예쁘고 똑똑하고 친절한 사람이...! 2년이나 일했는데 여전히 힘들다면 그 회사는 너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내 말에 그녀가 울음을 왈칵 터트렸다.
함께 입사했던 동료들은 1년정도 일한 뒤 다른 직장으로 다들 옮겨갔고 혼자만 남았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일이라고.
소녀는 속에 묻어둔 말들을 나에게 쏟아냈다.
"사실은 런던에서 박사학위를 따는게 제 계획이었어요... 여기서 4-5년간 일하면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래서 지금 앞으로 2-3년을 더 이렇게 참겠다고?? 지금 26살... 제일 예쁘고 제일 행복해야 할 시기인데 2-3년 힘든 직장에서 더 고생하고... 거기에 박사학위까지 하면 몇년이냐... 그거 다 하고나면 그땐 행복해 질 거라는 보장이 있을까?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네가 너무 아까워... 이렇게 예쁘고 완벽한 네가 내일이 아닌 오늘부터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실... 런던에서 사는건 제 어린시절부터의 꿈이었어요. 지금 포기하면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엉엉..."
소녀의 울음에 나는 방언 터지듯 일장연설을 했다. 그냥 꼭 들려주고 싶었다.
나 고3때 뉴스에서 본 건데, 한 여학생이 서울대에 가려고 삼수를 했대.
다른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 꼭 서울대에 가겠다고 삼년이나 공부한거지. 결국 꿈꾸던 서울대에 합격을 했는데... 행복해졌을까? 입학식 날 아침에 학교에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은거야... 입학도 못해보고 말이야... 그 엄마가 울면서 하는 말이 아직도 생생해. 그냥 편하게 살지... 고생만 하다가 이렇게 갈 것을 왜 그렇게 악착같이 했누... 그 사건은 나한테 큰 충격이었어. 우리 인생은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거구나 하고 깨달았지.
그리고 나 한국서 회사 다닐때 같이 일하던 어린 팀장이 있었다? 사법고시 준비하던 친구였대. 법대 나와서 수년째 사법고시 공부하다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어느날 혼자 해외 여행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대. 그런데 돈이 없어서 잠깐 콜센터에 한 달 알바하러 들어 왔었대. 근데 일을 너무 잘하니까 회사에서 일자리를 제안한거지. 머리가 좋은데다 일도 즐겁게 하니까 금방 승진했고 사법고시를 포기했던 결정에 조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하더라. 같이 사법고시 준비하던 친구들과 비교해 봐도 자기는 모아둔 돈도 있고 신나게 여행도 다닐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하더라. 수년동안 사법고시에 합격하는것 이외에 다른 미래는 생각해 본적도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더 잘맞는 일을 찾게 된거지.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 이외에 다른 옵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곤해.
런던에 다른 일자리가 없다면 런던은 너를 가질 자격이 없는거야! (소녀가 또 웃었다.)
싱가폴이나 쿠알라룸푸르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글로벌 회사가 많은 아시아 도시들도 있어. 내가 확신하건데 그곳에서 너는 보석처럼 빛날거라구. 당연히 대학원도 갈 수 있지! 너같은 인재를 두 팔 벌려 환영 할 좋은 회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네가 알았으면 해. 너만큼이나 멋지고 완벽한 남자친구도 사귀고 주말마다 데이트도 해야지! 이 세상에 재미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힘든 직장을 다니면서 슬프게 지내는건 낭비야.
아 나 다음 수업있는데 또 이러고 있네.
소녀가 눈물을 닦고 활짝 웃으며 한국어로 말했다.
"예쁜말 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쁘기도하지... 아이고... 어딜가나 사랑받을 사람인데...
"그래도 숙제는 꼭 해야 돼! 오늘 내일은 쉬고 숙제는 그 다음에 해.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 잘 챙겨먹고!“
내 마지막 당부에 소녀가 한 번 더 웃었다.
아이고야... 다음에는 쓸대없는 참견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소녀를 내가 만난것도 우연이 아닌지도 모르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우주가 나에게 보내준 걸 수도 있으니까. (나 혼자 좋을대로 해석함ㅋ)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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