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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우리 할머니의 코로나 망언ㅎㅎ

by 낭시댁 2020. 3. 29.



“625전쟁보다 난 이 전염병이 더 무섭다. 차라리 625가 낫지...”

오늘 전화로 안부를 살피던 나에게 우리 외할머니가 하신 충격발언이시다 ㅎㅎ  

“할머니, 목숨바쳐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소리하면 안되지”

참고로 돌아가신 우리 친가할아버지는 625참전용사셨다. 당시 파편에 눈 한쪽을 다치시고 국가유공자가 되셨다. 우리아빠가 제사를 모시기위해 아들이 없는 큰집에 양자로 가셔서 유공자 자녀 혜택은 못받았음..
아무튼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들으셨음 놀래시겠네.

우리 할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전쟁은 총알만 피하면 되는데 이건 소리도 없지 눈에도 안보이지, 내가 너무 무서워서 그래. 나는 전쟁때도 이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어 진짜”

“할머니는 산골에 살았잖아ㅋㅋㅋㅋ”

전쟁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말씀드려봤지만 할머니는 안듣고계신것 같았음;


하기사 우리할머니가 연세에 비해 매우 건강하시지만 올해 여든 일곱에 고혈압에 당뇨까지 있으셔서 코로나바이러스에 정말 취약하시단걸 스스로도 잘알고 계시니... 거기다 혼자 계셔서... ㅠ.ㅠ 

나랑 울언니 그리고 엄마가 근처에 확진자라도 생기면 전화로 알려드리고 외출 조심하시라고 이것저것 당부드리는데 그게 오히려 할머니를 너무 무섭게 해드렸나보다. 그래도 무서워도 조심하는게 안심이 되기도 함

 


난 내가 건강하고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무사히 회복될 것임에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건 내 부모님 할머니 시부모님 우리 조카들 그리고 우리언니-

프랑스 가기전에 한번 만나자던 친구들도 죄다 거절하고 외출을 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만 결코 쉬운것은 아니다..

식당, 까페, 미용실같은 업소는 엄두도 안난다....

언뜻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코로나가 워낙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이라 우리나라가 안정화 된것 같고 안전하게 느껴지겠지만 여전히 매일 백여명씩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우리지역만 봐도 지금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간과하는건 아닌지 걱정이다.

우리할머니가 예전처럼 노인정도 가시고 다른 할머니들이랑 관광이나 식당도 가실 수 있게 언능 코로나가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ㅠ. ㅜ

그나저나 ㅎㅎ 아무리 여러번 코로나라고 할머니한테 가르쳐 드렸지만 이 요상한 외국이름은 할머니께 여전히 어렵다. 

“할머니, 전염병 이름이 뭐라고?”

“콜레라-“

길에서 어떤 할머니들이 콜레라라고 하는걸 들었는데 우리할머니도 이럴줄알았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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