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아버지는 평소에 과묵하시지만 고양이들 대할때는 완전히 달라지신다. 아기들 대하듯이 하이톤의 목소리로 오구구 내아기 하시며 너무 좋아하신다.
자서방이 말했다.
“우리아빠 처음에는 고양이 싫어하셨다고 내가 말했던가?”
“정말? 처음 고양이는 언제적이야?”
“내가 고등학교때 우리반 여자애가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면서 원하면 데려가라고 했거든. 집에와서 부모님을 졸라댔지. 엄마는 찬성하셨는데 아빠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어. 데려오면 발로 뻥차서 쫒아버리겠다고까지 하셨어. 근데도 내가 데려와 버렸지. 이름은 아서였어. 순종은 아니었는데 회색 긴털이 너무 예뻤어. 근데 오자마자 얘가 아빠한테만 가는거야. 아빠가 소파에 앉아서 졸고 계시면 어깨에 올라가서 수염에 얼굴을 묻고 같이 졸고. 아빠눈에도 너무 예뻤던거지.ㅎㅎㅎ”
우리 시아버지는 고양이를 겪어보지 못하셔서 고양이가 좋은지 모르셨던거다.
거기다 무뚝뚝한 성격에 애정표현을 고양이한테 다 하시는것 같을 정도로 고양이한테는 세상 다정하시다.
“아서는 특이하게 바게트를 좋아했어. 특히 딱딱한 꼬리부분. 나 거기 안먹잖아 ㅎㅎ 거기를 깨물어먹고있는게 얼마나 귀여웠다고... “
안타깝게도 아서는 나중에 병이 나서 병원에 데려갔다가 수의사가 다른 방도가 없고 통증이 심하다고해서 결국 안락사를 시켰다고 했다.
"그럼 다시 고양이를 입양했겠네?"
"응. 두번째 고양이는 생각보다 애교가 없었어. 집에 온지 몇달만에 집을 나가서 포기하고 살았는데 일년후에 제발로 집에 돌아온거 있지. 근데 반전은 나중에 엄마가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의사가 이거 우리 고양이가 아니라고 한거지ㅎㅎㅎㅎㅎ"
당시에는 요즘처럼 전자칩이 없던 시절이고 대신에 귀에 타투로 표시를 했다고 한다. 수의사가 예전 주인을 찾아서 돌려줬다고 한다ㅎㅎ
어느새 시부모님도 우리 대화에 합류하셨다.
시어머니께서 가장 정이 많이 들었던 고양이는 나도 만나봤던 카날(시나몬이라는 뜻이다)이라고 하셨다. 시부모님의 사랑속에서 건강하게 20년이나 살았고 지금은 정원 구석에 잠들어있다. 내가 처음왔을때는 나이든 카날이랑 이스탄불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고양이들 중 가장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모웬이라고 하셨다.
고양이를 나중에 더 입양하더라도 셀커크렉스로 입양하실거라고-
내가 어린 모웬을 처음 봤을땐 아무리 예의바르게 말하고싶어도 절대 예쁘다고 할 수가 없는 외모였다. 자서방한테만 조용히 스타워즈 요다같다고 했다가 자서방이 시어머니께 고자질했음..
나도 고양이집사에 성공적으로 합류한것 같다. 이렇게 집사들 대화에 끼고있으니까 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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