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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마다 나를 웃겨주는 또다른 남자 토요일 아침마다 나는 14살 홍콩 소년과 한국어 수업을 한다. "남학교에 다닌다고? 저런 안됐네." 내 말에 소년이 작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안되긴요!? 완전 더 좋거든요! 여자들은 이상해요. 진짜 같이 있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예를들면... 안 쳐다봤는데도 자꾸 자기 왜 쳐다보냐면서 화내요. 저는 진짜 아무 생각없이 눈만 뜨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막 혼자 화내는데 저는 답답해서 그냥 대꾸도 안했어요. 남자 학교라 진짜 다행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얘땜에 내가 토요일마다 웃는다. 지난주에 한국어로 가족을 소개하는 것을 가르쳐주었는데 오늘 하는 말이, 웨슬리라는 이름의 베프에게 자신을 '아빠'라 부르라고 시켰더니 의미도 모르고 자기를 아빠라 .. 2025. 10. 21.
일장 연설을 해 버렸네 며칠 전 있었던 (미국인이지만) 런던에 살고 있는 소녀와의 수업. 소녀는 이 날 유난히 힘들어보이는 표정으로 나타났는데 몸살 때문에 숙제도 못했고 전날 결근까지 했다고 한다.내가 볼 때 신체보다는 마음의 병이 더 심한듯... 그만큼 그녀는 직장생활을 버거워하고 있었다. 주말에도 출근을 했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단다. 지난번에 이미 한차례 오지랖을 부렸던터라 추가의 조언은 지양하려고 했건만 생기를 잃어가는 이 소녀가 나는 너무 안타깝다.왜... 왜... 아직도 그 회사에 미련을 갖는걸까. 수업이 끝나갈 무렵 나는 소녀에게 부모님과 상의를 해봤냐고 물었는데 소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부모님이랑 통화할 때는 런던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씀드려요...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 2025. 10. 20.
나도 모르는 내 표정 셍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늦은 오후에 버거씨네 집으로 돌아왔다.날씨가 너무 좋아 창밖 풍경이 가는 곳 마다 그림처럼 아름답다. 어딜 가든 보이는 포도밭과 소떼들-그리고 노랑 빨강 낙엽까지 더해졌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다고 말했더니 버거씨가 피자 하나에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집에 좋은 와인이 많은데 이런 날 너랑 마시려고 갖고 있던거지." 아 그럼 마셔야지. 사과, 양배추 그리고 아보카도를 넣고 샐러드도 간단히 버무려내는 버거씨. 와인 향 참 좋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구나. 버거씨는 낮에 숲길을 산책할 때 찍었다며 내 사진을 여러장 보여주었다. 스파에서 막 나온데다 선글라스는 커녕 선크림도 못 발라서 꼴이 영 별론데 버거씨는 예쁘기만하단다. 음... 다시 보자... 2025. 10. 19.
내가 더 고맙거든? 이전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본인 생일이면서 왜 나한테 서프라이즈... 레스토랑을 나온 후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셍겐을 산책하기로 했다. 할로윈이 다가오나보다. 여기저기 호박 장식들이 눈에 띄는것을 보니. 어머니가 보시면 좋아하실 거라며 호박들 앞에서 나랑 같이 셀피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는 다정한 버거씨. 가는 곳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유럽.가을이 싫다고 습관처럼 불평하는 나지만 오늘은 완벽한 하루다. 어! 내 친구 닮았다ㅋㅋㅋ 길가에 서 있는 인형을 보고 나는 반갑게 달려갔다. 분X야 안녕!!?? 여기는 내 남자친구 버거씨야. 오빠 인사해, 내 친구야ㅋㅋㅋ 고등학교때랑 똑같다. 어쩜 하나도 안 늙었어. 버거씨도 빵터져서 웃다가 내 친구한테 같이 인사했음 우연히 만난 생태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생각.. 2025.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