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를 가지러 시댁에 갔던 날-
비가 오고 있었는데도 이스탄불은 비를 맞으며 계속 밖에 있었다.
"오늘 아침에 동물병원에 다녀왔잖니. 검진 받고 백신맞고 발톱도 깍고 귀청소까지 다 했거든. 거기다 체온까지 쟀지... 체온 어떻게 재는지 알지?"
이 말씀을 하시며 엉덩이를 가리키시는 시어머니 ㅋㅋ
"싫다고 어찌나 발버둥을 치는지. 그래도 아무 이상 없다는 검사 결과도 받아보니 나는 좋았지. 근데 쟤는 기분이 안좋아...
아 기억난다. 예전에도 발톱 한번 깍으면 온종일 삐져있었다.
모웬은 어릴때부터 깍는 버릇을 들여서 아무렇지 않게 잘만 깍는데 이스탄불은 습관을 못들여서 그렇다고 하셨다. 그래도 비가 오는데 내내 비를 맞고 앉아있는걸 보니 귀여우면서도 감기 걸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멀리 가지도 않고 딱 계단에 저러고 하염없이 앉아있었다.ㅎㅎ
내가 집으로 돌아오고 얼마 안돼서 시어머니께서 영상을 몇개 보내주셨다.
비를 피해 지붕 아래로 날아든 찌르래기 한마리가 하필이면 기분이 안좋은 이스탄불의 눈에 띄었다 ㅠ.ㅠ
그러자 결국 가엾은 새를 잡아서 시어머니께 상납한 이스탄불.
다행히 아직 새가 살아있다고 하셔서 제발 밖에 안전한데다 내보내 달라고 내가 부탁을 드렸고 시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해 주셨다. 물론 이스탄불 입장에서는 성의를 무시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붕 아래 비도 피하고 고양이들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고이 놓아 주셨다고 하셨다.
하지만 다음날 가엾은 찌르레기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죽어있었다. 다음날 내가 시댁에 가자마자 확인을 했는데 사진보다 훨씬 작은 몸집으로 웅크린채 가엾게 ... 힝...
내가 너무 안타까워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연속에선 삶이 다 그렇다고;;
그래도 하필이면 기분 안좋은 이스탄불에게 걸리니...
자 이스탄불, 이제 그 용기를 가지고 틱스 좀 어떻게 해 보겠니...
시아버지께서 문앞에 두신 장작 바구니 속에 태연하게 앉아있는 고양이는 이스탄불이 아니라 옆집 암고양이 틱스다. 모웬과 이스탄불이 맨날 도망만 다니니 이제는 당당하게 문앞까지 와서 저러고 논다.
결국 약자에게만 강한 이스탄불......
정말 그런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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