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치코에서 한시간 차를 달려서 호텔로 돌아온 직후-
우리는 호텔바에 들러서 맥주도 마시고 저녁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저녁 7시가 넘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한낮처럼 쨍쨍하다.
"테이블 좀 보세요! 여기에 하늘이 있어요!"
내 말에 시부모님 두분도 테이블을 보시며 "정말 그렇구나!", "예쁘다." 라고 호응해주셨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모든것이 다 아름다웠다.
파란하늘과 흰구름을 품은 테이블위에서 맥주잔 세개가 시원하게 부딪혔다. 친!
곧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내가 주문한 치킨윙을 내 앞에 내려놓으며 나를 세뇨라라고 하는 직원. 그가 떠난후 내가 말했다.
"저는 세뇨리따아니에요?"
내 말에 시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대답해주셨다.
"넌 결혼했으니까."
"하지만 저분은 모르시잖아요. 나이가 많아도 결혼 안했으면 세뇨리따... 맞나요?"
"음.. 그냥 다들 세뇨라라고 불러. 남자는 세뇨르."
나는 태국식 치킨윙을 시켰는데 다른 메뉴에 비해 저렴해서(6유로) 양도 적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살짝 놀랬다.
아버님은 조식으로도 많이 드시고 낮에도 다같이 먹었던 빤콘토마테 + 하몬. 시부모님께서 스페인에 오시면 가장 많이 드시는 메뉴이기도 하다.
어머님은 스페인식 감자+양파가 들어간 오믈렛을 주문하셨는데 토마토와 함께 아보카도 소스가 함께 나왔다. 이름이 뭐냐고 여쭈니 또르띠아 빠따따스라고 힘차게 외치셔서 나도 따라 외쳐보았다. 오믈렛을 스페인에서는 또르띠아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빠따따스는 감자라는 뜻-
또르띠-아 빠따-따스!! 강세를 잘 줘야 한다고 하셔서 두어번 반복해서 외쳤다. 스페인어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 있나ㅋㅋㅋ
그리고 다같이 먹는 메뉴로 어머님께서 추가하신 크로켓.
크로켓에는 감자가 당연히 들어갔을거라 생각했지만 감자는 없고 치즈, 햄, 야채등이 들어가있었고 아주 맛있었다.
그나저나 나는 왜 스페인에서 자꾸 프랑스어가 나오는걸까. 영어가 먼저 나와야 되는데 이제는 프랑스어가 더 익숙해진걸까...
"저는 올라, 그라시아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가도 막상 누군가를 마주치면 봉쥬가 자동으로 나와요."
시엄니께서는 흡족하신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어릴적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동네 꼬맹이들이랑 어울리면서 스페인어를 그런식으로 습득했거든. 너두 이제 익숙해지는거지. 문제는 우리 이모가 종종 내가 프랑스인이라는걸 깜빡하시는지 스페인어를 엄청 빠르게 말씀하실때마다 정신이 없더라는거지."
"그럼 제 심정을 아시겠네요! 어머님도 저한테 그러시잖아요.ㅋㅋ"
"응, 나도 방금 말하다보니 네 생각이 나더라구. 호호호 그럴때 난감한거 나도 잘 알지. "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저녁공기,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 힐링여행이라는게 바로 이런건가보다.
남편 생각도 조금 나기는 했지만... 있었다면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것 같다.
"솔직히 자서방이 여기 있었다면 지금쯤 피곤하다고 투덜거리고 있었을거예요, 그쵸?"
내 말에 두분은 웃으시며 맞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아버님은 그윽하게 바라보시며 한마디 덧붙이셨다.
"우리 미슈(아버님 애칭)는 내가 하자고 하면 불평도 안하고 다 해주는데..."
"모든 프랑스인들이 자서방처럼 투덜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아... 부러워요. 아버님 최고세요."
"호호 어쩌냐, 우리 미슈는 나이가 많아서 너랑 결혼 못 해."
우리 아버님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어머님의 멘트에 맥주를 뿜으실 뻔 하셨다.
“아... 네... 😐 참 안타깝게됐네요.”
내 영혼없는 멘트에 우리는 다시한번 함께 웃었다.
방으로 올라오면서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은 정말 잘 잘것 같다. 내일은 9시반에 조식 먹으러 가자."
조식 생각하니 또 미리 설렌다...
밤하늘의 흰구름도 예쁘구나. 시간아 천천히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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