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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부모님과 다녀온 테네리페 여행

세상 유쾌하고 당당하신 우리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2. 6. 16.

전날에는 열심히 다녔으니 오늘 오전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발코니 전망부터 감상하기! 

기온은 20도가 될까말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데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새파랗다!

볼때마다 느낌이 다른 저 뒷산. 아침 햇살을 받고있는 까까머리산을 보면서 오늘은 가본적도 없는 마추픽추를 떠올려보았다. 

이힛! 신나는 조식시간! 😍😍

 

옆방에 계신 시부모님께 [저 준비 완료요!] 라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곧 시부모님께서 나오셔서 내 방문을 노크하셨다. 매일 이런식으로 우리는 함께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다. 

내가 과일만 딱 담아왔더니 어머님께서 놀래셨다. 

 

"너 오늘 그거만 먹을거니?" 

 

"설마요.... 😆" 

 

나는 곧 두번째, 세번째 접시도 한번에 날라왔다.

나는 그야말로 골고루- 

아버님은 하몬과 치즈위주로 드시고 어머님께서는 이날 빤콘토마떼를 드셨다. 

 

매일 아침 우리를 즐겁게 해 준 생과일 스무디

주문이 밀려드는데도 예쁜 모양에 집착하느라 속도를 높이지 않는 스무디 장인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불렀다. 그분은 직접 테이블로 서빙까지 해주고는 사람들이 만족하는지 반응을 살피곤했다. 그 표정때문에라도 나는 항상 남김없이 잔을 비웠다.  

"저 안에 수영복 미리 입고 왔어요. 수영장에 자리맡아놓고 기다릴테니 두분은 천천히 내려오세요." 

 

식사 후 그렇게 두분은 방으로 올라가셨고 나는 느긋하게 야외를 둘러보다가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늘도 날씨 좋구만... 

나는 타월을 세개 받아와서 해가 잘 드는 자리에 썬배드 3개를 맡아놓고 가운데자리에 누웠다. 

아... 정말 좋구나... 배경도 예쁘고 물빛도 좋고...

그런데 한참이 지나서야 내려오신 시어머니. 표정이 너무 시무룩하시다. 

 

"나... 수영복 아랫도리를 못찾았어... 안가져왔나봐.... 그래서 윗도리만 입고왔어..."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무룩한 표정으로 썬배드에 누우시는 시어머니의 복장을 보면서 나는 진심 숨이 넘어갈듯이 웃었다. 수영복 상의만 입으신채 밑에는 어머님이 애정하시는 몸빼바지(태국에서 사신 듯)를 당당히 입고 오신 것이다. (그동안 나는 저 수영복이 원피스라고 생각했는데 위아래 분리된 투피스였다.) 

 

내가 미친듯이 까르르웃으니 시엄니께서는 처음에 같이 웃으시다가 나더러 메샹이라고 하셨다. 근데 볼때마다 자꾸 웃음이 터져서 ㅋㅋㅋ 

웃음이 멈추질 않아요ㅋㅋㅋㅋ 시무룩하신 표정과, 수영복 상의와 함께 밑에는 저 바지까지... 아이고 배야 🤣🤣 

 

"저 사진 한장만 찍게 해 주세요."

 

"뭐할라고?"

 

"자서방한테 보내게요ㅋㅋㅋㅋ"

 

나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찍어서 보내고 있었다. 

 

사진을 본 자서방도 웃겨죽는다ㅋㅋ

 

"걔가 뭐라고하디?" 

 

 

은근히 어머님도 즐기고계시다ㅋㅋ

 

"어머님 수영하실때 쉽지 않겠대요ㅋㅋㅋㅋ"

 

어머님은 씨익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 수영장은 안들어갈거야."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 썬크림은 왜 그리 듬뿍 바르시나요ㅋㅋ 썬크림을 꼼꼼히 바르시더니 썬배드에 도로 누우시면서 말씀하셨다. 

 

"이따 나가서 수영복 사러가자." 

 

"밑에만도 파나요?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은색 팬티만 사도 되고... 감쪽같을거야."

 

아 더 웃기자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곧 어머님께서는 그 복장으로 썬배드에서 잠이 드셨고, 나는 또 고개를 돌릴때마다 잠든 시어머니를 보고 혼자 계속 웃었다. 어머님을 배경으로 셀카도 여러장 찍어서 자서방에게 보냈다.ㅋㅋㅋ (나중에 그 사진들을 보시고는 어머님께서도 엄청 웃으셨다.)

 

그나저나, 나는 오랜만에 수영을 했더니 숨이 어찌나 차던지...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금방 지쳐서 물밖으로 나왔다. 

 

"저 열바퀴가 목표였는데 네바퀴밖에 못돌았어요. 너무 힘들어요 에고고..." 

 

"잘했다. 오늘 네바퀴돌고 내일은 두바퀴 그리고 모레 또 두바퀴 돌면 되겠네." 

 

"🤣🤣 그럼 되겠네요! 솔로몬이셔요ㅋ" 

 

 

곧 아버님께서도 내려오셨는데, 야자수 그늘이 드리운 자리에 누워 한참동안 노트북을 보셨다. 아버님? 어머님 복장 보셨나요?ㅋㅋㅋㅋ 

진짜 이날 어머님덕분에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번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웃은 날이다. 

 

아! 참고로 어머님께서는 다음날 수영복 아랫도리를 찾으셨다며 매우 기뻐하셨다ㅋㅋㅋ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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