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호텔 맞은편에 있는 바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며칠전에 지나가다가 들러서 메뉴를 미리 확인하고 갔던 그 곳이다.
식사를 할거라고 말하면서 맥주를 먼저 세잔 주문했더니 맥주와 함께 식전빵을 함께 갖다주었다.
빵은 언제나처럼 따끈따끈했고 함께 나온 올리브유는 작은 유리병에 들어있어서 너무 귀여웠다. 아버님은 이번에도 나에게 챙기라고 건네주셨다. 자서방 기념품ㅋ (테네리페에서는 모든 레스토랑에서 식전빵은 무료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챙김ㅋ)
오늘은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살모레호로 시작했다.
또다른 스페인식 냉 토마토 스프인 가스파초와의 차이점은 살모레호에는 허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기본적으로 토마토와 빵이 주재료인데다 위에 삶은 계란이 토핑으로 얹어져서 가스파초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이다.
시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는 살모레호보다 여기가 더 맛있었다. 😅
메인메뉴로 나는 깔라마리를 주문했다. 테네리페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지!
깔라마리는 당연히 맛있었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저 양파!
그냥 생양파인데 너무 아삭하고 달아서 내가 눈을 땡그랗게 떴더니 시어머니께서 테네리페 양파는 프랑스 양파보다 수분이 많고 달다고 하시며 갈때 양파를 몇개 사가자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소금물에 삶은 주름감자 (파파스 아루가다스)를 주문하셨는데 내 깔라마리에도 곁들인 음식으로 몇개 딸려나와서 시어머니의 소스(모호)를 같이 찍어먹었다.
"이집도 파파스 아루가다스가 나쁘지는 않은데 어제 우리가 피자랑 먹었던 그 집이랑은 모호가 비교가 안되는구나. 우리 돌아가기전에 그 집에 한번 더 가야겠다. 나는 소스 만드는 책자도 살거야."
현지음식에 완전이 빠져드신 시어머니.
시아버지 역시 주름감자를 시키셨는데 삶은것이 아니라 튀긴걸로 주문하셨다. 그위에는 계란 후라이와 하몬이 얹어져있었다.
"내일은 아침일찍 아프리카 성모시장에 갈거야. 거기가 오전에만 열린다고 하더라구. 그러니까 평소보다 조식은 30분 더 일찍 먹자."
시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항상 제일 늦게까지 먹으니까 내일부터는 아침에 좀더 일찍 내려와서 먼저 먹고있을까봐요😆"
우리 시아버지, 웃으시며 끄덕끄덕하셨다. 난 농담한건데... 🤔
오늘도 배불리 맛있게 먹고나서 아름다운 테네리페의 밤공기를 만끽하며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호텔에 도착했을때 시어머니께서 정면 맞은편에 있는 또다른 레스토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계셨다.
그때 마침 달려온 서글서글하고 덩치 큰 호텔 직원, 도밍고. 그는 시어머니께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물었고, 시어머니께서는 저기 앞에 보이는 두 군데 레스토랑중 오른쪽 집으로 내일 저녁식사예약을 할까 싶다고 말씀하셨다.
"제가 가서 예약 해 드릴게요. 근데 오른쪽집보다는 왼쪽집이 맛있어요. 제말 믿으세요! 내일 8시 세분이죠?"
우리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도밍고는 씨익 웃으며 윙크까지 날리며 왼쪽집으로 달려갔다.
호텔에 근무한지 오래됐는지 우리가 리셉션에 뭔가를 요청할때도 그는 달려와서 우리대신 직원에게 설명해주기도 하는등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터라 어머님께서는 도밍고를 편애(?)하시며 팁을 점점 더 두둑하게 주셨다.
내일은 또 얼마나 맛있는 음식들을 만나게 될 것인가! 😍
"근데, 도밍고는 스페인어로 일요일이라는 뜻이란다. 호호호 이름 재미있지."
아... 도밍고는 일요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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