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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시부모님과 다녀온 테네리페 여행

무뚝뚝한 프랑스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by 낭시댁 2022. 7. 6.

우리는 테네리페를 떠나기 전날 아프리카 시장에 한번 더 다녀왔다.

이곳에서 나는 Miel de Palma(직역하면 야자수 꿀이지만 야자수 수액으로 만든 시럽)을 샀다.

미엘드 팔마를 파는 곳이 딱 두군데 있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그나마 시어머니 덕분에 우리는 두군데를 모두 방문한 후 가격을 조금 흥정할 수가 있었다.

"저쪽에는 작은거 한병에 50유로던데요?"

검은소금을 발견했는데 살까말까 하다가 안샀다. 현지에서 먹으니 매력있었지만 왠지 집에서 먹어도 맛있을까 싶어서… 자칫 음식에 흙뿌린 비쥬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어머님께서는 보통 스페인에 오시면 토마토를 왕창 사가시는데 지금은 완전한 토마토철이 아니라서 토마토는 단념하셨다. 대신에 내가 좋아했던 양파-

어머님께서 흰양파를 충분히 담으셨을때 옆에 계시던 아버님께서 자색양파도 담으라고 하셨다.

어머님께서 자색양파를 하나씩 담으실때마다 아버님께서는 계속 "더! 더!" 라고 하시다가 어머님께서 결국 버럭하셨다 😂

"벌써 무거운데 갈때 어떻게 다 가져가려고 그래요!"

"제 (수화물)가방은 텅텅 비었으니 맘껏 담으세요."

그렇게 내가 중재해 드렸고 아버님은 원하시는 자색 양파를 더 획득하셨다.

그리고 우리 자서방을 위해 노란 용과도 사주셨다.

장보기를 마치고 시장 광장 까페에 앉아 음료를 주문했을때 아버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다.

화장실 가셨겠거니 하고 기다렸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시장 뒷문에서 절룩이며 들어오시는 시아버지를 발견했다. 한손에는 종이 봉투를 들고서-

아버님은 활짝 웃으시며 종이 봉투를 나에게 내미셨는데, 그 안에는 갓 튀겨서 따끈따끈한 츄러스가 들어있었다!

좀전에 음료를 주문할 때 어머님께서 츄러스를 파는지 물으셨었는데 이 시장안에는 츄러스를 파는 곳이 없다는 점원의 대답을 들으신 후 혼자 시장밖에서 츄러스를 찾아 다니셨던 것이다. 아이고... ㅠ.ㅠ 나는 아버님이 혼자 낯선길을 걸으시는 것만 봐도 불안한데...

이 츄러스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먹고싶다고 딱히 말한적은 없는데;; 어머님께서 며칠전부터 나에게 사주시겠다며 가는 곳마다 츄러스를 파는지 물어보셨지만 파는 곳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처럼 돼 버린 메뉴가 되시겠다...

나는 감동받은 얼굴로 바로 츄러스를 한입 베어물었고 아버님은 뿌듯하신듯 연신 웃으셨다. 어머님께서도 감동하셨다며 아버님을 끌어안으시고 볼뽀뽀를 하셨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 이건 무조건 맛있게 먹어야 된다...! 남김없이!

근데 츄러스에 아무것도 안뿌려져있어서 맛이가... 별로... 힝... 그래도 맛있다고 말하며 (사랑의 맛으로) 먹다가...
아버님 커피에 딸려나온 일회용 설탕을 듬뿍 뿌려서 먹었더니 맛있어졌다!ㅋㅋ 😀

두조각은 내가 다 먹었고, 나머지 한조각은 설탕뿌려서 반씩 두분께 드렸더니 맛있게 드셨다.

평소에는 무뚝뚝하신 아버님이지만 나를 얼마나 아끼시는지는 내가 모를수가 없다.


지난번에 아프리카 시장에 왔을때 아버님께서는 빨간 바나나를 한송이 구입하셨는데 그 후로 며칠간 아버님은 오후에 내 방문을 두드리셨다. 내가 문을 열면 아버님께서는 어색한 웃음으로 "룸서비-스!" 를 외치신 후 바나나를 주고 가셨다. 본인께서 출출하실때마다 며느리도 챙겨주신 것이다. 나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아버님이 주시는 바나나를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빨간 바나나는 속살이 더 노란 느낌이고 달았지만 잘 익은 노란 바나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자서방과 통화하는 도중에 아버님의 룸서비스 바나나를 받은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자서방이 말했다.

"내가 말했지. 우리 엄마아빠는 와이프를 대할때면 평소에 내가 본적이 없는 모습을 보이셔서 내가 놀랠때가 있다고 말이야. 우리 아빠가 저런 농담하시는 것도 본적이 없어. 상상도 못했네."

내가 바로 그런 사랑을 받고 사는 며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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