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리페에서의 마지막 저녁이 다가왔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호텔 주차비 문제로 기분이 안좋았다.
첫날 체크인 할 때 주차비는 일시불로 계산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하루에 10유로라고 안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주차장을 빠져나갈때마다 불편하게 티켓을 끊어야만 했던것이다. 그것도 12유로에-
늦은 체크아웃을 요청하러 리셉션에 갔을때 물어보니 일주일 이상 숙박시에는 하루 10유로가 맞는데 첫날 직원이 (까를로스 닮은 그 사람!)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라며 사과를 해왔다. 나는 지금이라도 다시 처리해 달라고 직원에게 말했지만 그 사람은 마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사과만 반복 할 뿐이었다. 나는 화딱지가 났지만 어머님께서는 나더러 그냥 잊으라고 하셨다.
"그까짓 주차비때문에 기분을 망칠수야 없지. 그냥 잊어버리고 우리 마지막 저녁을 즐겁게 보낼 생각만 하자꾸나."
호텔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호텔 흉을 실컷 보다가 저녁 8시쯤 되었을때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이 있는 스페인 광장으로 출발했다.
원래는 우리가 첫날에 저녁을 먹었던 Taberna Ramón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곳에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해보니 저녁 10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전에 피자를 먹었던 Grupo Compostelana로 오게 되었다.
"직원들이 좀 불친절하긴 했지만 파파스 아루가다스는 이집이 제일 맛있었어. 가기전에 한번 더 먹어보고 싶더라구. 프랑스에 가면 똑같이 따라 만들어 볼거야. "
우리는 테라스에서만 먹어봐서 몰랐는데, 화장실 가느라 들어가보니 실내가 아주 컸다. 그런데 직원들이 야외와 실내 구분없이 왔다갔다하면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정신도 없고 실수도 많았다.
오늘도 우리는 스페인 샴페인, 까바 한병을 먼저 주문했다.
마지막 저녁이라 아쉽지만 이번 여행 너무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전채요리로 나눠먹은 주름감자, 파파스 아루가다스.
어머님 응원합니다. 프랑스가면 꼭 만들어주세요.
샴페인과 주름감자로 배가 제법 불렀기때문에 나는 메인요리로는 가볍게 샐러드를 골랐다.
아보카도, 연어, 빨간 파프리카 (익혀서 단맛도 높이고 겉껍질을 제거했다.), 삶은 계란, 올리브, 토마토 등등.. 완전 맛났다.
아버님은 자주 드셨던 감자 오믈렛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을 마지막 메뉴로 선택하셨다.
어머님은 야채구이를 주문하셨다.
나는 배가 불러서 디저트는 패스했고 두분이서 디저트를 드시는 동안 남은 샴페인을 클리어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후 우리는 택시를 타는 대신에 소화도 시킬 겸 호텔로 걸어가기로 했다. 마지막이니까...
음식은 맛있었지만 사실 레스토랑에서 직원들의 실수가 너무 많았다. 어머님의 야채구이는 버섯 튀김으로 잘못 나와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아버님의 과일 디저트는 거의 포기하고 떠나려고 했을때 나왔는데 그러는 사이 직원들은 아무리 불러도 눈치보면서 우리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표정은 시종일관 온화하셨다. 호텔 주차비 문제도 나는 계속 생각나고 있었는데...
"레스토랑에서 실수가 많아서 미안하다며 샴페인이랑 과일값은 안받겠다고 하더구나."
"아, 진짜요? 그럼 좀 용서가 되네요.😆"
"이게 바로 신께서 하시는 일이지. 호텔 주차비로 손해를 봤지만 레스토랑에서는 무료로 대접을 받았으니 말이야."
나는 끄덕끄덕하며 좋아라 하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실수로 계산에서 빠진거라며?"
우리 어머님 피식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레스토랑직원들 교육도 하나도 안돼 있고 불친절한데다 샴페인이랑 과일값은 계산서에 넣지도 않았더라구. 평소 같으면 잘못됐다고 말해줬을텐데 오늘은 그럴기분이 아니었지. 다 신께서 하신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아 ㅋㅋ🤣🤣 우리 시어머니의 표정이 온화하신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모두 용서하신것이다. 레스토랑도 호텔도...
한 가게 진열장에서 나는 어머님께서 일전에 사다주셨던 것과 똑같은 화병(사진 오른쪽 상단)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국적불명 정체불명의 기괴한 생김새라고 거절했었는데 알고보니 프리다였구나... 죄송해요 어머님ㅋㅋㅋ 정체성이 확고한 화병이었는데 제가 못알아봤네요 😂
호텔에 도착했을때 시아버지께서는 피곤하지도 않으신지 음악 좀 듣다가 올라오신다며 호텔바로 향하셨고 어머님께서도 결국따라가셨다. 젊은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두분 체력과 에너지는 진짜 리스펙트. 저는 자러갈래요...
내일은 오후 3시 늦은 체크아웃 예정이라 그나마 좀 더 시간이 남아있다. 내일은 조식 더 많이 먹고 수영장에서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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