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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4주째 실종상태... 오늘도 기다린다...

by 요용 🌈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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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모웬은 설마 이런 날씨에 어딘가에서 배회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혹시 소식은 없는지 시어머니께 메세지를 보내려고 했는데 어머님의 메세지가 먼저 도착했다. 

 

[누가 모웬을 봤다고 해서 그 장소로 지금 가 볼건데 너도 같이 가보겠니?]

 

[네, 지금 갈게요.]

 

현관을 나왔더니 어머님께서는 언제 오셨는지 우리집 현관 계단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답답하신 마음에 집에서 일찍 나오신 것이다. 오셨으면 들어오시징... 

 

사실 모웬을 봤다는 친절한 이웃들의 제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어떤분들은 그 장소로 함께 가보자고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모웬의 또다른 사진을 몇장 더 보여주면, [아, 이 고양이가 아니었네요]라고 대답한다고...

 

"모웬은 네 목소리도 잘 알고 있으니 둘이 같이 가서 불러보면 좋을 것 같아서..."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모웬생각에 밤에 잠도 한숨 못주무셨다는 어머님. 한손에는 모웬이 좋아하는 사료가 담긴 작은 통을 들고 계셨다.

 

모웬을 닮은 고양이가 목격되었다는 장소에서 나와 어머님은 흩어져서 모웬을 부르며 살폈다.

 

사실 이 장소는 평소에도 시부모님 두분이서 거의 매일 모웬을 찾으러 오시는 곳이다.. 

구석구석 모웬을 이름을 부르다가 맞닥뜨린 고양이 한마리. 

모웬이 아닌데도, 가만히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날뻔했다. 모웬이 아닌걸 알면서도 말이다.

너였나보다... 모웬과 닮은 고양이가... 

내가 멍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달려오신 어머님께서도 이 고양이를 발견하시곤 나직하게 말씀하셨다. 

 

"너였구나... 모웬이 아니네..."

 

실망감이 가득담긴 표정이셨지만 사료통에서 사료를 꺼내 주시며 혹시 모웬을 보면 엄마가 찾아다닌다고 전해달라고 고양이에게 당부하셨다. 

저 멀리 시댁의 정원이 보이는 담벼락위에도 모웬의 사료를 뿌려놓으셨다. 사실 이곳까지 와서 집을 못찾아올 모웬은 아니지만... 

우리가 모웬의 이름을 부르며 다니는 동안 3명의 친절한 이웃들을 만났다. 모두들 너무 안타까워하며 꼭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셨고 어떤분은 전단지에 있는 모웬의 사진을 찍어가셨다. 너무나 친절한 분들...

 

 

"무스카델 주려고 선물 사놓은거 있는데 우리집에 갔다가 가져갈래?"  

어머님께서 중고로 숨숨집을 두개 사셔서 하나를 주시는 것이다. 

이스탄불은 요즘 기력이 없어보인다. 

 

안그럴줄 알았는데 이스탄불도 모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나보다. 

어머님께서는 모웬을 봤다고 제보해주신 분께 우리가 만난 고양이의 사진을 전송하셨는데, 그 분은 이 고양이가 아니라 모웬처럼 곱슬한 장모를 가진 고양이를 목격했다고 답장을 주었다. 

 

이러니 시부모님께서는 희망을 버릴수가 없으시다.

 

아버님께서는 전단지를 추가로 출력하실건데 이번에는 좀더 모웬의 특징이 드러나는 사진으로 바꾸자고 하셨다.

 

에고고... 모웬도 모웬이지만 시부모님이 이제는 더 걱정된다.

 

시댁을 나올때 어머님께서는 나에게 함께 가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모웬을 위해서라면 항상 달려올게요."   

모웬... 너땜에 다들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어여 돌아오렴... 

 

 

 

한편.

 

숨숨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하는 무스카델. 

무식아... 숨숨집 감사합니다 해야지... ?

 모웬 빨리 돌아오라고 같이 기도하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