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부부는 화상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임 담당의사는 우리에게 말도 안하고 2주간 휴가를 떠나버렸고, 우리는 처방전이나 의사의 지시없이 우리 마음대로 며칠째 배란주사를 맞아오고 있었다. 비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다행히도 업무에 복귀한 의사가 화상진료를 잡아주었는데 그녀는 오늘도 늦는구나... 화면에 나타날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역시 프랑스 ㅡㅡ;
우리가 궁시렁거리고 있을때, 무스카델이 눈치없이 우리 사이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는 나는 안보이는지 남편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네?
무식아...?
무식이가 더 좋아하는 엄마가 여기 있다는걸 상기시켜 주려고 쓰다듬었더니 나에게는 눈길만 단 한 번 줬을 뿐이다.
엄마 말고...
"네가 뭘 원하는지 알지."
남편은 킬킬 웃으며 간식튜브를 집어들었다.
튜브로 무식이의 영혼이 빨려들어가고있다.
자서방이 손가락에 아주 조금 간식을 묻혀서 내밀었더니 신나게 핥아먹는다.
그럼 그렇지. 무식이는 남편을 원한게 아니라 남편이 주는 저 간식을 원했던 것이다.
튜브를 직접 짜서주면 너무 총명한 우리 무식이가 먹을 줄을 몰라해서 자서방이 항상 저렇게 손가락에 묻혀주곤 하는데 그러다보니 간식이 먹고 싶을때마다 와서 남편을 조른다. 나보다 남편이 좋은 유일한 순간이라고나 할까. 후훗.
남편은 무식이가 간식달라고 찾아오면 좋아 죽는다.
맘껏 즐기시오.
나도 빈 손가락을 내밀어서 공갈을 쳐봤다.
처음에는 속아서 한번씩 핥더니 나중에는 거들떠도 안보더라.
인제 안속아...
자서방은 나더러 해보라며 튜브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이런거 안해도 무식이는 나만 좋아해...ㅋ
어이구 이뽀라...
매번 늦는 의사때문에 불평하고 있던 우리 부부는 무식이 덕분에 웃으면서 기다릴 수가 있었다.
아빠 손을 지긋이 잡고 있는 무식이의 주먹.
다 먹고나면 새로 달라고 저 주먹으로 자서방 손을 두드린다. (나름 자서방이 열심히 훈련시킨 결과이다.)
이런 재롱을 보고 있노라면 안 웃을수가 없다.
자기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는지 너는 알 턱이 없지.
무식이는 늘 그렇듯 먹고싶은 만큼 얻어먹은 후에 뒤도 안돌아보고 쿨하게 떠났다.
무식이가 떠난 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연결된 의사쌤.
휴가 후유증인지 횡설수설해 보이는 의사쌤은 자서방이 무슨 얘기를 할때마다 "아 맞다!", "아 그랬나요?", "울랄라 그걸 깜빡했네요." 와 같은 대답을 쏟아냈다. ㅡㅡ; 자서방이 미리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더라면 이번달도 그냥 날려먹을뻔 했네...
에혀 그래도 우리 무스카델 덕분에 웃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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