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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일요일 아침에는 버거씨의 바나나 팬케이크

by 요용 🌈 2024. 10. 12.

티옹빌에서 맞이하는 일요일. 

평일내내 쌀쌀하더니 감사하게도 주말에 다시 반짝 따뜻해졌다. 
 
테라스에서 다시는 식사를 못 할 줄 알았는데 이날 아침 식사는 또다시 테라스에 차려졌다.

부지런한 버거씨가 준비하는 아침식사는 언제나 다채롭고 정성이 가득하다. 

오늘도 우리 버거씨는 이른 아침부터 본인의 스페셜티인 바나나팬케이크를 가득 구워냈다. 잘 익은 바나나를 으깨어넣고 아몬드가루 땅콩가루도 넣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 

잘 먹겠습니다! 
 
넘버투랑 넘버쓰리는 아직 기상 전이라 버거씨랑 나는 오붓하게 마주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 

나는 커피대신 오트밀 우유를 따뜻하게 전자렌지에 데워 마셨다.
큼직한 살구를 먼저 한입 먹고나서 버거표 팬케이크에 피스타치오 크림을 발라서 한입 크게 앙! 

정말 맛있다. 
 
팬케이크를 열심히 구운 버거씨는 정작 하나도 먹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구워도 넘버 원투쓰리 세사람에게는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ㅋㅋㅋ 나도 절제를 하고 싶은데 이게 사실 한 번 먹으면 절제가 잘 안된다. (심지어 두장을 한번에 먹는 중) 
 
늦잠자고 일어난 넘버 투 쓰리가 테라스로 나왔다.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버거씨는 진지하게 무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조깅가는건 어때요?" 
 
"나는 헬스장에 가는게 좋은데." 
 
"그래, 그럼 우리 다같이 헬스장에 갈까?" 
 
아... 못말리는 운동남들이다.
 
"난 좀 전에 샤워했어. 또 땀흘리고 싶지 않아. 셋이서 다녀와." 
 
내 대답을 들은 버거씨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넷이서 다 함께 할 수 있는일을 찾아보자. 요용만 혼자 집에 놓고가기는 좀 그렇잖아." 
 
그 말에 착한 넘버 투, 쓰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이고.... 제발 니네 셋이서 놀으라고..
 
"셋이 다녀와. 나는 진심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고 싶어. 영화나 볼래. 두 시간이면 되지?"
 
버거씨는 이래도 되나 싶은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나는 두 시간의 자유시간을 얻었다.
 

 
테라스에 앉아 책을 좀 읽다가 소파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봤다. 
 
부엌에 보니 시들어가는 감자가 있길래 감자전을 한번 부쳐봤다. 마침 닭강정을 부치고 남은 튀김가루가 있어서 그걸 넣었는데 제법 맛있었다.
 
감자전을 얇게 두 장을 부쳤을때 남자들이 돌아왔다. 
 
항상 계획이 있는 우리 버거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점심메뉴로 생선까스처럼 생긴 냉동식품에 매운 소스를 발라서 굽고 라따뚜이에다 코코넛밀크를 부워서 볶았다;; 비주얼은 별로였는데 또 먹으니 맛있네. 능숙하고 빠르게 요리를 마치는 버거씨를 보니 평소에도 요리를 많이 하는구나 싶었다. 

내가 부쳐낸 감자전도 간장소스랑 한번 내 봤다. 다들 좋아해서 기분이 뿌듯했다. 

버거씨는 이번에야 말로 넷이서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어서 다함께 탁구를 치자고 제안을 했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나랑 단 둘이서 또 루미를 했다.

그리고 또 버거씨가 졌다. 
 
"혼자 집에있게 해서 미안해.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거 없어?" 
 
내가 집에 있고 싶다고 선택한건데 버거씨는 별 걱정을 다한다. 헬스장에 다녀왔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버거씨는 또 어딜 나가자고 했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단다. 넘버투, 쓰리는 윗층에 쓰러진거같은디... 역시 우리 오라버니는 체력왕이다. 

아침부터 혼자 일찍일어나서 넘버1,2,3을 위해 팬케이크를 굽고 아이들을 데리고 헬스장에 다녀온 후 점심식사까지 후다닥 준비하고 치우고나서 여자친구가 혹시라도 소외감을 느낄까봐 열심히 함께 또 시간을 보내준다. 
 
나로서는 아빠로서의 버거씨 모습을 보는 재미가 색다르다. 나를 대할때 처럼 자상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좀 더 큰 산처럼 든든한 뭐 그런 느낌. 
 
아 내가 어쩌다보니 본격 돌싱 연애 블로그를 쓰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