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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든든한 언니들이 있다.

by 요용 🌈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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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로 배를 이미 가득 채웠는데도 언니들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랑 안주를 잔뜩 샀다. 
정말로 위대한 언니들이다. 

호텔방에는 온천호텔답게 큼직한 자쿠지가 있었고 건식 사우나와 노래방도 있었다. 

배불리 먹었으니까 노래를 불러야겠지? 

박씨언니가 파자마를 네개 꺼냈고 각자 원하는 색깔로 골라서 갈아 입었다. 
역시 유니폼을 맞춰 입으니 소속감이 드는군. 

얼마만의 노래방인지 엉엉...
낭시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갔다가 실망했던 이후부터 노래방을 완전히 잊고 살았었는데 역시 한국 노래방이 최고다. 
방음이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다. 자정 이후에는 노래방이용이 금지라서 그 전까지 목청 터져라 불렀다.
아무나 부르라고 내가 90년대 댄스 가요를 줄줄이 예약했더니 언니들이 옛날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학창시절 언니들 노래방 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언니들 애창곡들도 꿰고 있지롱. (그 테이프 때문에 울언니의 짝사랑 상대가 바뀌는 변천사도 내가 꿰고 있다. 노래 가사에다 자꾸 상대 애칭을 넣더라고. 본인은 기억 안난단다.)

울언니랑 나랑 둘이 흥보가 기가막혀를 불렀다. 10년만에 합을 다시 맞춰본건데 여전히 찰떡같이 잘 맞는다.
집안 행사가 있을때마다 우리 자매는 이 노래로 흥을 띄웠다. 
행사 불러주시면 달려갑니다.  
 
세시간쯤 불렀다ㅋ 옛날 노래들 소환해서 신나게 웃고 질렀다. 다들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3인실이라 1인용 이불을 추가한건데 사다리 타기를 해서 내가 바닥취침에 당첨이 되었다. 내가 막내니까 원했던 바! 
하지만 결국 언니들은 나를 바닥에 재우지 않았다. 나 진짜 괜찮은데... 
 
언니들이 내 블로그를 챙겨 읽고 있다는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전남편과 시부모님에 대해 함께 분노해 주었고 버거씨와의 만남을 기뻐해 주었다. 
 
특히 경이언니랑 둘이 밤이 늦도록 수다가 길어지자 울언니는 우리 둘이 나가서 방을 따로 잡으라고 잔소리를 했다ㅋㅋ 언니는 버거씨가 너무나 로멘틱하다며 내 블로그에서 감동했던 내용들을 줄줄이 읊었다. 나 또 열심히 자랑ㅋ
 
 
다음날 아침 우리는 숙취를 극복하고 일어나서 호텔 조식도 먹었고 점심으로 짜장면 짬뽕도 먹었다. 


올리브영에 한번 더 들러서 나에게 선물을 한아름 더 안겨주는 자칭 부자 언니들. 

 
맛있는거 실컷 먹여주고 선물도 잔뜩 줬으면서 헤어진 후에는 더 좋은걸 못해줘서 어쩌냐며 연락이 왔다. 결국 우리 언니를 통해 돈까지 보내줬다. 다시 돌려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낙장불입이라며 완고해서 결국 그 돈까지 받아버렸다. 
 
언니들 너무 고마워.
덕분에 실컷 웃고 위로 받고 사랑받고 배도 부르고. 
 
이렇게 든든한 언니들이 있다니. 
나는 정말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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