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내 눈에 생소한 한가지가 있다.
바로 무인점포.
기사로는 종종 접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대중화가 된 줄은 몰랐다. 아이스크림 가게, 까페, 야채가게 등등 골목마다 있네.
그런데 진짜 아무도 안훔쳐간다고?
"여기 한국이잖아. 안 훔쳐가."
울 언니의 대답에도 나는 여전히 생소하기만하다. 진짜 안전한거 맞나. 출입구도 양쪽에 활짝 열려있고 심지어 야채가 바깥에 나와있는데...?
"응 여기 CCTV도 다 있고 기본적으로 훔쳐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지."
역시 양심적인 한국사람들. 심지어 내부도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괜히 뿌듯하네. 이런건 버거씨한테 자랑해야지ㅋ
아무튼 버거씨도 5년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내 소감을 매우 흥미롭게 경청했다.
하지만 무인점포에 대해서는 반응이 그리 좋진 않았다.
"난 좀 삭막하다... 가게 주인이나 점원이랑 대화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사람은 혼자 고립돼서 살 수 없는 동물이야. 그런데 미래로 갈 수록 이웃들과의 교류가 점점 단절되는것 같아서 좀 씁쓸해."
앗. 역시 수다가 중요한 버거씨. ㅡㅡ;
"모든 사람들이 당신처럼 낯선이들과 대화를 즐기는건 아니야. 그리고 특히 한국에서는 점원들이 그리 살갑지도 않고... 서로 형식적으로 친절하게 대하느라 감정을 소비하지. 무인점포에서는 그런 컨택없이 혼자서 둘러보고 아무것도 안사고 나와도 미안해 할 필요도 없잖아. 난 개인적으로 편하다고 느꼈어."
"나 낭시갈 때 블라블라꺄(blablacar: 카플앱) 했던거 기억나지? 돈벌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런 기회에 낯선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것도 좋고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거라서 가격도 4유로만 받았어. (보통은 7-9유로 선) 내 나이 또래의 여성승객이었는데 우리는 한시간동안 흥미로운 토론을 할 수가 있었어.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지. 앞으로도 나는 낭시에 직접 운전해 갈때마다 블라블라꺄를 해 볼 생각이야. 이렇듯 낯선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건 큰 즐거움인데 무인 점포라니 나는 좀 별로야..."
그래 버거씨는 무인점포 안되겠다ㅋ
나역시 프랑스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낯선이들과 가볍게 교류할 수 있는 살가운 분위기다.
그게 한국에서는 그게 잘 안되네...
한국에 도착한 첫주에는 나 혼자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상대의 무뚝뚝한 반응에 지쳐 어느새 그냥 나도 무뚝뚝하게 지나치고만다.
뭐 그냥 문화차이지 뭐.
츤데레가 많은 한국.
이전 포스팅 읽기
천연해수욕장에서 바나나 농장까지- 라팔마섬 천국과 지옥 여행기
'사는 이야기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든든한 언니들이 있다. (9) | 2025.05.07 |
---|---|
"여보, 친구들이랑 저녁먹게 십만원만 부쳐줘 봐" (15) | 2025.05.06 |
고향에서 옛 추억을 소환하다 (17) | 2025.05.05 |
벚꽃 아래서 가족 소풍 (11) | 2025.05.04 |
지구 반대편에서 불러주는 자장가 (23) | 2025.05.02 |
한국에 오니까... 나 좀 후즐근 (13) | 2025.05.01 |
때마침 벚꽃이 만개했다 (9) | 2025.04.30 |
여전히 정정하신 우리 할머니 (22) | 2025.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