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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한국

고향에서 옛 추억을 소환하다

by 요용 🌈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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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일찍 울언니랑 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는 길이었다.

 

내 고향은 경북 영주.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언니랑 자취를 시작했고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 이사를 자주 다녀야만 했는데 지나고 보니 힘들었던 경험도 다 재산이 되었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언니랑 터미널에서 뜨거운 오뎅을 사먹었다. 

먹고 싶었던 음식중 하나였는데 역시 맛난다. 

 

오뎅을 먹으면서 언니는 간략하게 오늘의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일단 도착하면 11시쯤 될거야. 박씨랑 경이는 온천 호텔 예약하고 거기다 주차를 해 놨을거고 우리를 데리러 터미널에 나올거야. 맨 먼저 [나드리]에 가서 옛날처럼 쫄면을 먹자." 

 

학창시절에 자주 가던 쫄면집. 심지어 요즘에는 더 유명해졌다고- 

 

"근데 나는 돈까스도 먹고 싶은데. 소스 푹 절여서 나오는 옛날식 돈가스 있잖아. 반반시켜서 나눠먹는건 어때?" 

 

언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먹는 얘기할 때는 언니도 나만큼 진지해진다.

 

"아니. 1인 1쫄면이지. 돈가스는 하나 추가로 시켜서 가운데 놓고 나눠먹을거야." 

 

아 언니들은 천재구나. 

 

"그럼 랜떡은 언제먹어?" 

 

랜떡은 랜드로바 떡볶이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랜드로바 가게 앞에 있는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라서 랜떡이라고 부른다. 영주에 가면 그건 꼭 먹어줘야 된다.  

 

"그건 후식이야. 나드리 나오자마자 랜떡 먹고 태극당도 갈거야." 

 

헐... 나는 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 모든 장소를 연속으로 갈 줄이야. 

 

 

"그리고나서 우리는 란이 납골당에 갈 예정이야. 나오자마자 각자 복권을 사야 돼. 란이한테 당첨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해야 하지." 

 

 

원래는 사총사였던 언니들. 

얼굴도 예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너무 좋았던 란이 언니는 내가 프랑스로 떠날 무렵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친한친구와 동생을 한꺼번에 멀리 떠나보내야 했던 우리 언니는 당시 꽤 힘들어했었다. 

 

이제 고향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언니들이 굳이 영주에서 꾸준히 만나는 이유는 란이 언니 납골당이 아닐까 싶다. 

 

 

잠시 후 언니들과 터미날에서 실로 오랜만에 재회했을때 우리는 서로 하나도 안변했다, 여전히 젊어보인다는 등의 인삿말들로 분주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언니가 미리 예고했던대로 일정이 이뤄졌다. 

나드리 쫄면+ 돈가스(+비빔만두)를 배불리 먹으며 학창시절의 기억을 소환했고, 

곧장 랜떡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바로 먹지는 못하고 포장을 했다. 다행이다;;

그후 내 또래 영주인들의 추억의 장소인 태극당에 들러서 카스테라 인절미를 한 상자 샀다.  

요렇게 생겼음

그리고 납골당에 가서 란이 언니를 만난 후 납골당 앞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오붓한 소풍을 즐겼다. 이러면 란이언니도 함께 할 수 있을테니까.  

학창시절 태극당에서 젤 맛있었던 건 카스테라 꽈베기였는데 이젠 인절미가 더 인기인가보다. 진짜 맛있네. 

 

예전엔 나보다 한참 어른같아 보이던 언니들인데 이제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지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없이 편하고 좋았다. 언니들과 나눈 추억이 나도 꽤 있으니까- 

 

언니들이 1박 2일 여행에 나를 처음으로 초대했던 무렵 나는 꿈에 란이 언니를 보았다. 꿈속에서는 우리가 여행에 출발하려고 차에 차례로 오르고 있었는데 그때 란이 언니도 우리와 같이 가려고 차앞에 서 있었다.

우리가 여행하는 내내 언니도 함께 했을거라 믿는다. 

 

언니들의 우정 정말 리스펙트! 

언니들 나 초대해줘서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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