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68

룩셈부르크 포도밭 산책 데이트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에너자이저 버거씨 만난 후 나는 주말마다 등산 혹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 또 어디로 나를 데려갈까 궁리하고 있던 버거씨를 보며 나는 멀리가지말고 그냥 가까운데 산책이나 가볍게 다녀오자고 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버거씨는 딱 그런 장소가 있다며 반갑게 대답했다. 차로 잠깐 달려서 도착한 곳은 룩셈부르크 어느 빈야드, 그러니까 드넓은 포도밭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포도밭. 보성 녹차밭은 저리가라할 스케일이다 "나는 머리를 식히거나 사색이 필요할 땐 여기로 와. 하염없이 계속 걸을 수가 있지." 포도밭 사이로 여기저기 이어진 길을 보니 진짜 아무 생각없이 몇시간이고 계속 걸을 수 있을것만 같았다. 나는 가방에 챙겨온 복숭아며 살구를 하나씩 꺼내 먹으며 따라 걸었다.. 2024. 9. 8.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 들판 산책하기 버거씨의 아들들이 떠난 일요일 늦은 오후. 프랑스 여름은 정말 낮이 길구나.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화창하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 버거씨를 뒤로하고 나는 복숭아 하나를 씻어들고 테라스에 느긋하게 누웠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하늘만 봐도 좋다. 이따금씩 룩셈부르크 공항에서 날아오르는 낮은 비행기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잠시후 버거씨가 젖은 손을 닦으며 밖으로 나와 물었다. "산책갈래?" "나 아침에 산책했는데..." "요 근처 숲에 있는 마지노 보여줄게, 가보자. 아주 가까워." "진짜 가까운거 맞지?" "차 가져가서 숲에서 산책 한 시간 쯤 하고나서 피자 미리 주문해서 그거 찾아서 돌아오면 딱이겠다." 오 좋은생각!! 하여간 우리 버거씨는 시간단위로 계획을 세우는것 같다. 아 나도 .. 2024. 9. 7.
티옹빌에서 보낸 평화로운 일요일 티옹빌에서 맞이한 일요일 아침. 늦잠을 푹 자고나서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아랫층으로 내려왔더니 부지런한 버거씨가 부엌에서 팬케잌을 굽고 있었다. 잘익은 바나나를 으깨어넣은 바나나 팬케잌이란다. 냄새가 좋다고 했더니 버거씨는 갓구워낸 뜨거운 팬케잌 하나를 손으로 잘라서 호 불어 입에 넣어주었다. 눈뜨자마자 먹는 팬케잌이라니. 아직 입맛도 없는데... 엥? 맛있네! 아침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결국 나는 팬케잌 앞에 의자를 땡겨 앉았다. 버거씨가 갖다준 피스타치오 잼 진짜 맛있다! 뭔가 피넛버터랑 누텔라 그 사이쯤이라고나 할까. 처음 먹어봤는데 중독성에 엄청 퍼먹게 되네. 블루베리를 씻어주길래 요거트에 한 줌 넣어서 퍼먹었다. 아침부터 예정에 없던 입맛이 너무 도는 바람에 늦잠자고 있는 이 집 두 아들이 먹.. 2024. 9. 6.
한여름 주말 저녁의 낭만 어느 토요일, 퇴근 후 기차를 타고 버거씨를 만나러 갔다. 한시간여를 달린 후 티옹빌 역에 도착했을때 여느때처럼 버거씨는 기차 플랫폼에 서서 두팔을 활짝 펼쳐 나를 맞이해 주었다. 바쁘게 보낸 평일에 대한 나의 보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버거씨는 차 트렁크에 내 짐을 싣고나서 근처 강변으로 차를 몰았다.  "요즘 강변에 저녁 풍경이 좋아. 네가 오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 티옹빌 강변에는 여름이 되면 이렇게 노천 펍이 줄지어 생긴다고 한다.  시끌벅쩍한 여름 저녁의 들뜨는 분위기 너무 좋다!  컨트리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환호할수록 댄서들은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더 신나게 율동을 했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2024. 9. 5.
룩셈부르크에서 등산을 다녀왔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버거씨는 정원 한켠에서 자라고 있는 싱싱한 라즈베리와 꺄시스를 따와서는 선물이라며 내 코앞에 내밀었다. 갓 따온 유기농 과일이라니. 촌에 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는 오래오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오늘은 무얼할지 생각했다.  "오늘은 엄청 덥겠지...? 우리 시원한 숲에 가는건 어때?" 버거씨는 예쁜 숲을 알고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룩셈부르크에 일명 작은 스위스라고 불리우는 예쁜 마을이 있어. 그곳 등산로가 아름답기로 꽤 유명해."   30분정도 차를 달려서 도착한 마을. 별명만큼 특별히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샤또는 아름다웠다. 미니어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엄청 크다.  근데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지금 등산을 하러 숲에 들어간다고? .. 2024. 9. 4.
겁나지 않는다는 우크라이나 소녀 런던으로 돌아가게 된 친구의 송별회를 겸해서 퇴근후에 프랑스어 공부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반가운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낭시에서 한달간 인턴일을 하게된 일본 친구도 왔고 그동안 바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친구도 오랜만에 나왔다. 다들 그간의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많은 변화들이 있었구나. 우크라이나 소녀는 그 사이 프랑스어가 엄청나게 늘어있었다. 누가 들으면 프랑스인이라고 해도 믿겠다... "너 프랑스어 진짜 많이 늘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나봐." "나 1학년때 많이 울었잖아. 교수님 말은 빠르지, 도와줄 친구는 없지... 많이 울고났더니 그새 많이 늘었더라. 프랑스인 남자친구 덕도 좀 있고. 혹시 내가 말이 빨라서 못알아듣겠으면 말해. 천천히 말해줄게... 2024.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