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새출발277 프랑스에서 미키 17 관람기 일요일 오후 자전거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영화관 앞을 지나는데 버거씨가 갑자기 소리쳤다. "봉준호 영화 개봉했다!!" 으잉? 당신이 봉준호를 알아? 안단다. 기생충도 봤고 설국열차도 봤단다. 아하! 미키 17이 개봉했구나. 그럼 보러가야지! 집에가서 저녁먹고 다시 나오자. 상영시간 확인해야겠네. 희소식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봄맞이 영화관 할인!Cameo, UGC 그리고 키네폴리스까지, 내가 아는 모든 영화관에서 동일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단다. 원래 영화티켓이 14유로가 넘는데 행사기간중에는 5유로밖에 안한다. 반값도 안되네. "이러면 봐야지. 영화관 맨날 가야지." 내 말에 버거씨가 웃으며 끄덕였다. 집에가서 저녁먹고 쉬다가 다시 나왔다. 집 코앞에 영화관이 있어서 어찌나 편리한지. .. 2025. 4. 7. 자전거타다 비오니까 갑분 청춘드라마 일요일 오후. 버거씨는 온천스파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오늘은 기특하게도 내가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자고 제안했다. 운동하자고... 버거씨는 아주 기뻐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긴 해. 자전거 렌탈하는걸 맨날 구경하기만 했는데 이참에 한 번 해보자구. 시내 곳곳에서 쉽게 볼수 있는 대여자전거 정거장 한곳을 찾아갔다. 아쉽게도 대기중인 자전거가 한 대 뿐이었다. 그래도 안내문을 읽고 앱을 다운받고 이용법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주말에는 별도 가입비 없이 이용이 가능한데 대신에 한번에 30분씩 무료란다. 애초에 이 자전거의 목적은 출퇴근같은 이동수단이니까 30분이하로 이용한 후에 목적지에 가까운 정거장에 반납하면 되는거다. 중간에 다른 정거장에 들러서 자전거를 교체하는 순간 또다른 30분을 무료로 이.. 2025. 4. 6. 나만 빼고 다들 운동하는것 같다. 화창했던 일요일 아침. 창가에 마주 앉아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스타니슬라스 광장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오늘 비소식이 있었는데 날씨가 좋기만 하구나. 그런데 갑자기 요란한 드럼소리와 함성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수많이 인파가 줄지어 모여있네? 아하! 작년 이맘때쯤에도 마라톤이 있었지! 낭시 세미 마라톤. 바로 이곳이 출발/결승지점이었던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버거씨 결승지점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자 눈을 반짝이며 달려갔다. 21,100m 코스라는데 우리가 도착했을때 1시간 20분대로 도착하는 선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나라면... 오는 중에 계속 쉬느라 만 하루가 걸릴것 같다ㅋㅋ 선수들이 들어올때마다 사람들은 모두에게 일일이 힘찬 함성을 보내주었다... 2025. 4. 5. 온 동네 여친 자랑을... 금요일 저녁에 아들이 오는 바람에 낭시에 못온다던 버거씨는 토요일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왔다. 어차피 나는 일하는데... 토요일은 가게가 바쁜 날이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런데 커다란 주말 가방을 들고 일찍 도착한 버거씨가 셔터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한국어로 "안녕~"하면서 등장했다. "오늘 안토니가 가족들이랑 낭시에 온다길래 꼭 시장에 들러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말해줬어. 내 여자친구가 만드는 닭강정은 최고라고 말이야. 이따 정오에 온가족 다같이 밥먹으러 오겠대." 으악... 진짜 온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다닐 작정인가보다. 낭시에 가면 시장에 가서 꼭 내 여친이 만드는 닭강정을 먹어봐라... 앵무새처럼 이렇게 떠들고 다니는 버거씨를 어쩌면 좋을까. 뜨아한 내 심.. 2025. 4. 4. 맛난 가성비 케이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근무환경 SK의 생일이 다가왔다. 월요일이 생일인데 우리는 그날 휴무라 토요일날 미리 챙겨주기로 했다. 올해도 소고기 듬뿍 넣고 미역국을 끓여다줘야지. 평소 금요일 저녁에 오던 버거씨가 다행히도(?) 이번주에는 토요일날 오겠다고 했다. 덕분에 금요일 저녁에 전기밥솥에다 미역국을 팔팔 끓였다. 온 집안에 미역국 냄새가 퍼졌다. 프랑스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 냄새. 웅이도 미역국을 좋아하니까 넉넉히 끓여서 토요일날 모조리 들고 출근했다. 시장에 있는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도 사야지. 이 빵집은 토요일 아침이되면 색색의 화려한 케이크들이 잔뜩 나온다. 살것도 아닌데 맨날 기웃거리면서 구경하곤 했는데 오늘은 웬걸! 케이크가 새로들어온게 하나도 없다!! "오늘 왜 큰 케이크가 하나도 없나요? SK한테 케이크 사줘.. 2025. 4. 3. 퇴근길 저녁 노을에 사춘기 소녀가 된 아저씨 퇴근길에 날씨가 너무 좋다며 버거씨가 사진을 여러장 보내왔다. 예쁜 풍경을 볼때마다 나를 떠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곧 버거씨는 화상전화를 걸어왔다.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너랑 같이 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어." 50대에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가 또 있으려나. "오늘 사실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많아서 중압감이 좀 있었거든. 근데 퇴근하는데 하늘이 너무 예쁜거야. 그래서 네 생각이 났고, 문득 내 삶이 너무나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너무 행복해졌어."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쉴새없이 본인의 감상을 들려주는 버거씨 뒤로 붉은 빛이 가득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비록 온종일 중요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지만 결국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일이면 나는 세상 최.. 2025. 4. 2. 이전 1 2 3 4 5 6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