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출국 비행기가 밤 11시 20분이라 낮에는 무얼하며 보낼까 생각하던 차에 엄마가 찜질방에 가자고 하셨다. 오~ 좋은 생각이다!! 언니도 불러서 같이 가자~ 식혜랑 맥반석 계란 맛있겠당~ 나 혼자 이런 소릴 하고 있을때 엄마는 오랜만에 때밀이 아줌마한테 몸을 맡기겠다고 중얼거리셨다.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찜질방 너무 좋다ㅋ

삼모녀 둥글게 앉아서 '찜질방 토크'하면서 미친듯이 웃었다. 인제 같이 나이들어간다고 엄마가 응큼한 얘기도 좀 풀어주심ㅋㅋ
때빼고 땀도빼고 광내고 집에 돌아와서 짐을 마저 쌌다.
언니가 잔멸치를 볶아다 줬고 엄마는 무말랭이를 해주셨다. 울 엄마 무말랭이는 어릴적부터 진짜 맛났다. 특이하게 마른 오징어를 넣으시는데 다른집도 다 이런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캐리어무개가 오바돼서 ㅠ.ㅠ 많이 꺼내야만 했다. 책도 줄이고 줄여서 5권만 넣었다.
언니가 준 꽃게액젓 못가져와서 너무 아깝네.
마지막 저녁이라고 엄마가 할머니를 부르셨다.
할머니는 내가 짐싸는 모습을 보며 "왜 벌써가!" "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왜 하마 가!" 하시며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다.

내 서랍에서 증명사진들을 보시더니 종류별로 한장씩 챙기셨다. 보고싶을때 마다 들여다 보신다는데 저렇게나 많이 가져가시다니... (지금 생각하니 할머니 방에다 주르륵 붙여놓으실 것 같네;;)
나영이는 선물이라며 말없이 반지를 내 손에다 쥐어주었다. 알고보니 지네 엄마랑 둘이 커플링 했던건데 나한테 양보한거다. 자매끼리 커플링하라고 나영이가 양보해줬구나. 고맙다 나영아~ 이모가 이거 끼고 프랑스 잘 왔어.

나중에 내가 작별인사를 하며 할머니를 안아드렸더니 할머니께서 울음이 터지셨다. 이렇게 가면 다음에 언제 또 보냐면서 말이다. 할머니 백세까지 거뜬히 계실거자나요~

언니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출국했다.
진짜 3주가 후딱가네.
짧지않은 기간이었는데 수영도 부지런히 따라다니고 친구들 가족들에게 사랑 듬뿍 충전했다. 나는 소중한 사람인가봐~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걸 보니.

약간 마음이 가라앉고 있을때 버거씨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응 우리 곧 재회-
버거씨가 기다리고 있는 룩셈부르크 공항으로 어서 어서 날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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