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옛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대학시절 절친.
학교다닐때 웃겼던 기억도 많지만 무엇보다 각자 첫 취업했을때 기억이 더 많다. 사회의 쓴맛을 처음으로 보면서 우리는 평일 퇴근후에 부지런히 만나 반주에 신세한탄도 하고 노래방에서 유치찬란한 노래와 춤을 추면서 그날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아직도 당시 친구네 사장님의 특이한 식성이 생생하게 기억난다ㅋ) 지금 생각하니 참 어리고 체력이 좋았네. 서로 근무지가 멀어서 중간 지점인 안양에서 만나곤 했었는데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담날 아침 다시 팔팔하게 출근을 했네그려.
친구는 이번에도 본인이 알아서 풀코스로 모시(?)겠다며 동대문으로 나오라고 했다. 여기가 중간 지점이란다.
"야! 나 너 만난다고 어젯밤에 설레서 잠 설친거 아냐?"
거의 10년만에 만난 친구의 첫 마디였다.
나도 설레더라. 널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20대때 기억이 막 떠오르는거 있지.
내가 해외에 근무하게 되면서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필리핀으로 싱가폴으로 나를 보러 와 준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왠지 내가 널 한국적인 장소로 데려가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검색 해 봤어."
나 프랑스에서도 맨날 한식 먹고 한국인 친구들이랑 일한다고ㅋ
그래도 마음이 참 고맙다.
분위기 좋은 한옥식 까페에서 나는 쌍화탕(!)을 마셨다. 이런 메뉴가 다 있네 싶어서 골라보았다.
친구가 전남편이야기를 듣고 노발대발하길래 지금은 해피앤딩이라고 급하게 진화했다ㅋ 심각한 얘기는 짧게하고 좋은 얘기만~
"넌 정말... 20대때부터 항상 내 롤모델이었는데 여전히 넌 멋지다."
어렵게 찾은 내 행복을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뜬금없이 말했다.
"이렇게 말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의 삶이 너무 멋지고 부럽다. 물론 지금 안정된 가정과 직장을 가진 내가 이렇게 말하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 태어난 인생 너처럼 다채롭게 살아보고 싶기도 해. 하지만 난 못하지. 내가 경험 할 수 없는 일들을 잘 극복하고 멋지게 살고 있는 너는 여전히 내 롤모델이야. 내 친구 멋지다."
감동주네.
네가 말한대로 안정된 가정과 직장 그리고 예쁜 딸... 그것들은 내가 이번생에는 겪어보지 못 할 것들이란다. 20대때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지만 40대가 된 지금의 우리 삶은 정말 극과 극이구나.
찻값이라도 내가 내겠다는데 오늘 아무것도 내지말란다.
한국와서 내 지갑이 열린적이 없네;
오후 4시밖에 안되는데 친구는 저녁을 먹으러 가자며 급하게 일어났다.
"늦게가면 웨이팅이 길어져서 여긴 오픈 시간에 딱 맞춰가야 돼."
엄청난 기대를 안고 친구를 따라간 곳은... 이런 모습이었다ㅋㅋㅋ
야ㅋㅋ 여기 식당이 어디있다고 ㅋㅋㅋ
근데 친구가 자꾸 기웃거리면서 주인을 찾고 있었다. 여긴 그냥 노점이자나...
"여기 오늘 영업안하나봐. 우리 딴 데 갈까?"
딴데가자고 친구를 이끌었지만 친구는 주인아저씨를 찾아내고야 말았다ㅋㅋ
아저씨는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 한개를 펼쳐주며 앉으라고 하셨다.
이게 모니 친구야. 여긴 그냥 길가잖니?
친구는 미리 학습을 해 온듯 자연스럽게 사장님께 돼지구이 3인분을 주문했다.
가게이름이 [경상도집]이었는데 꽤 유명한 명소라고 한다.
과연 우리가 음식을 받았을때 사람들이 몰려왔고 좁은 도로 양쪽으로 파란색 테이블이 촤르륵 세팅되었다. 나 지금 태국에 온거니ㅋㅋ
콩나물국도 칼칼하고 숯불에 구운 돼지 구이도 맛있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카스가 찰떡궁합이구나.
처음엔 솔직히 가게 문이 닫혀있는거였길 바랬었지만ㅋㅋ 막상 정말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자꾸자꾸 모여들었고 파란색 플라스틱 테이블은 점점 더 길게 펼쳐졌다.
한국식 테라스ㅋ
정말 유쾌한 시간을 보낸 후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친구는 포장마차로 나를 또한번 이끌었다.
예전부터 싹싹했던 내 친구는 주인할머니와도 살갑게 대화를 잘 나누었다.
"제 친구가 프랑스에 사는데 5년만에 한국에 온거거든요~"
"그래? 그럼 떡볶이는 먹고가야지~"
배가 불렀지만 사장님과 친구의 추천대로 떡볶이+튀김이랑 오뎅을 또 먹어줬다. 풀코스 맞네 친구야.
한국적인 곳으로 안내하겠다던 친구덕분에 한국식 풀코스 오늘 제대로 맛보았다.
너무너무 고마웠어 내 친구.
이젠 좀 더 자주 놀러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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