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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다국적 친구들과의 유쾌한 파티가 또한번 시작되었다.

by 요용 🌈 2023. 5. 21.

오래전부터 카자흐스탄 친구 알마는 나에게 넴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러다 그 친구네 집에서 함께 넴을 만들기로 했는데, 한명 두명씩 초대를 하다보니 각자 파트너를 데려오기도 하고 먹을것을 가져오는 등 어느새 큰 파티로 변해 있었다.
파티 좋아ㅋ
 
필리핀 친구의 남친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일본, 홍콩소녀와 함께 이제는 낯이 익은 이 동네에 남들보다 일찍 도착했다.  

알마는 기차를 타고 도착하는 이들을 마중나간 상태였고 그녀의 남편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미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친근하게 맞아주는 인상좋은 이분. (독일출신이지만 30대에 프랑스로와서 박사학위를 따고 지금은 프랑스인 국적으로 로렌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친구와는 카자흐스탄 현지 공동프로젝트로 운명처럼 만난 사이)
 
물론 나 역시 친구로부터 이 분의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은 터라 이미 친근한 느낌이었고 첫만남이 반가웠다. 우리 커플과 시부모님까지 몇번이나 초대해 주었는데 일정이 안맞아서 거절해온 이력이 있어 미안하기도 하고... (자서방도 알마네 커플을 꼭 집으로 먼저 초대하자고 약속했다.)    
 
"자, 우리 그럼 함께 준비를 해 볼까요? 오늘 총 12명이라고 했나요?  테라스로 테이블을 하나 함께 옮기면 될 것 같아요. 비가 안왔으면 좋겠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위에는 천막을 칠거예요."  

친구 남편의 진두지휘아래 우리는 다른 일행들이 도착하기 전에 서둘러서 테이블을 차렸다.

보슬비가 내리는것 같아 천막을 쳤는데, 오후에 갑자기 해가 쨍 하게 들어서 그늘막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다.ㅋ

알마가 이미 부엌에 아페로를 차려놓고 나갔길래 우리는 모두 테이블로 옮겼다. 

필리핀 친구 커플은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를 세병이나 가져왔다. (그녀의 남친은 필리핀+프랑스 혼혈로 프랑스 태생인데 필리핀말은 전혀 못한다. 성격은 스윗 그 자체.)

아페리티브 준비를 마치고 나머지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알마의 남편은 우리에게 정원을 구경시켜 주었다. 정원일을 매우 좋아한다고 이미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정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투어(?)였다ㅋ

"알마가 좋아하는 양배추, 상추도 심었고, 여긴 감자, 저긴 딸기도 많이 심었어요. 알마의 냉장고예요 여긴ㅋ" 

옆집 개도 우리를 신기한듯 구경하고 있었다. 

"어머, 닭들아! 지난번에 너희 달걀 잘 먹었다. 맛있더라." 
 
내 말에 다들 빵터졌다. 

내 말에 기겁을 한건지 암탉4마리와 숫탉 한마리가 황급히 달아났다. 알마 말에 의하면 그녀의 남편이 암탉들의 이름을 카자흐스탄에 있는 그녀의 조카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부를때마다 너무 웃기지만, 언니네 식구들이 오면 절대 비밀이라고 ㅋㅋㅋ

반대편 옆집에서는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었고, 어른들은 우리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이웃들이 친절하다고 들었어요. 지난번 암탉들이 도망갔을땐 다같이 나서서 찾아주었다지요?" 
 
"맞아요! 몇년전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옆에 강이 범람하고 한밤중에 소방관들이 우리를 구출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우리가 자는 동안에 1층에 물이 차있었고, 소방차 사다리를 타고 2층 창문에서 내려와야했어요. 이웃들이 다 나와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몇집이서 자기네 집으로 와서 지내라고 말해주더라구요.하하 진짜 인정이 넘치는 동네지요." 
 
이미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지만 친구의 남편에게 다시 들으니 더 재미있다. 

"와, 이건 빗물을 받는거예요?" 
 
"맞아요, 프랑스에서는 물도 아껴써야 해요. 빗물은 가드닝을 하거나 닭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해요. 대신 플라스틱이라 겨울에는 동파 염려가 있어서, 실내로 들여놔야 해요." 
 
참 부지런하다. 우리 자서방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선인장을 좋아하는 그는 선인장실 온도조절 노하우도 설명해 주었다. 그는 '시어머니의 방석' 선인장도 알고 있었다ㅋㅋㅋㅋ
 
며느리의 버릇없는 농담 (feat.가시 방석)

잠시후 친구들이 모두 도착했고,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잔을 함께 들었다. 그야말로 인터네셔널 친구들이라며 알마의 남편이 매우 즐거워했다. 한국 일본 홍콩 필리핀 브라질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카자흐스탄... 
 
"이러니 학교 수업은 얼마나 또 재미있겠어요!?" 
 

알마가 준비한 이 낯선 아페로 음식. 
 
큰 엔초비에 바나나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못했봤는데 낯설고 신기한 모습이라 다들 머뭇거리는 동안 내가 제일 먼저 용감하게(?) 집어들었다. 막상 먹어보니 나쁘지 않아서 더 놀랬다 ㅋ 살벌하게 보이는 엔초비 가시들은 다행히 식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페로가 끝나갈 무렵 내가 말했다. 
 
"나 이제 넴 만들 준비를 할게.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와서 함께 만들도록 해." 
 
"그럼 나는 오니기리를 준비할게." 
 
일본 친구의 코멘트 뒤에 알마의 남편이 큰소리로 말했다. 
 
"바베큐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그럼 이리로 오세요!" 
 
역시 유쾌!ㅋㅋ

 
유쾌한 인터네셔널 파티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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